[전형화의 직필] 민폐 배우들로 묵힌 영화 제작비만 천억..피,땀,눈물은 값조차 못 메긴다

전형화 2023. 10. 2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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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이선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일도, 하지 않은 일도 언젠가 돌아온다. 이선균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이, 속속 그에게 돌아오고 있다. 마땅히 작품의 얼굴로 책임감을 갖고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우선 작품을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했다. 

작품에 들어간 제작진의 수년간의 노력, 그를 믿고 맡긴 수백억의 돈, 그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을 수많은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의 수고가,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선균뿐이 아니다. 작품의 얼굴을 맡은 배우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때문에, 모든 수고와 땀과 눈물, 돈이 허공에 묶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배우 유재명이다. 그는 이선균과 영화 ‘행복의 나라’를 함께 찍었다. ‘행복의 나라’는 10.26 사건을 둘러싸고 그 사건을 맡은 변호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설화를 우려해 캐릭터를 가공했다. 조정석이 변호사로, 이선균은 그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군인으로 출연했다. 지난해 2월 크랭크업하고 후반작업 중인데, 영화계에 알음알음 상당한 수작이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광해’ 추창민 감독이 ‘7년의 밤’으로 쓴 맛을 겪고 ‘행복의 나라’에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사실 ‘행복의 나라’는 영화계에 오래 돌던 시나리오였지만, 소재가 소재인 만큼 쉽사리 투자가 되지 않았다. 수년간 제작자가 노력하고 추창민 감독이 합류하고 투자사가 동의하면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고, 배우들과 스태프가 최선을 다해 완성했다. 

유재명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연상시키는 전상두 역을 맡았다. 유재명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반쯤 깎고 뽑고 누르는 등 외모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작품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배우가 어디 있게느냐마는, 그 수고가 세상에 빛을 보기는 어려워졌다. 이선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탓이다.

유재명은 곽도원과는 영화 ‘소방관’을 찍었다. ‘소방관’은 홍제동 화재 사건이란 실화를 바탕으로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막 시작돼 모든 게 살얼음판이던 시절에 수차례 연기된 끝에 어렵사리 촬영에 들어갔다. 유재명은 화재에서 살아남은 탓에 마음에 큰 짐을 지고 있던 소방대장 역으로 출연했다. 2022년 촬영을 끝낸 ‘소방관’은 실화가 주는 먹먹한 감동과 소방관의 헌신이 잘 담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주인공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개봉일이 표루하고 있다. 곽도원이 해야 할 일을 안 했기 때문이다. 

유재명은 김동희와는 영화 ‘너와 나의 계절’을 함께 했다. ‘너와 나의 계절’은 고 유재하와 고 김현식, 두 가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동희가 유재하, 진선규가 김현식 역을 맡았다. 유재명은 두 사람의 매니저를 연기했다.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가객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김동희의 학교폭력 의혹으로 개봉 일정을 2년이 넘도록 잡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한때 스크린 속 김동희 모습을 A.I.로 바꾸는 것도 고민해봤지만 수억원이 넘는 돈이 더 들어간다는 말에 포기했다. 김동희가 안 했어야 할 일을 한 탓이다.

유재명은 최근 드라마 ‘노 웨이 아웃’ 촬영에 돌입했다. 문제는 마약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선균이 주연이었다는 점. 그나마 이선균이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하차를 결정한 게 다행이다. 

어디 유재명 뿐이겠나. 주연 배우들이 책임을 갖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마약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영화 ‘하이 파이브’도, ‘승부’도 개봉을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창고에서 빛을 못보는 영화들 제작비를 얼추 합하면 1000억원 가량이다. 피, 땀, 눈물은 값으로 메길 수도 없다. 

이제는 해야 할 일을 안 한 사람들이,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이제라도 사과해야 한다. 작품이 공개됐는데, 그 배우들의 잘못 때문에 관객이 선택을 안 하겠다면 할 수 없지만, 개봉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바뀌도록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한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만, 해야 할 일을 안 해 부메랑처럼 업이 돌아온 만큼, 이제는 하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다. 작품은 제발 살려달라고, 사과하며 읍소해야 할 때다.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잘못한 사람들부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게 많은 사람들의 피, 땀, 눈물, 그리고 돈에 대한 책임이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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