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사이드] 대량으로 잃더라도 대량으로 채워넣자...미국의 새 드론 패러다임

최현호 2023. 10.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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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드론도 선봉에 나섰다.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는 소형 상용 드론이 전차ㆍ국경초소ㆍ통신탑 등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쪽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소형 상용 드론이 중동에서도 활약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마스의 드론이 폭탄으로 이스라엘 전차를 공격하는 장면. X jacksonhinklle 계정


이런 소형 상용 드론은 저렴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손실하더라도 대량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전자전 등에 의해 한 달에 약 1만여 대의 드론을 손실하고 있지만, 그만큼 채워 넣고 있다. 이것은 러시아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러시아에선 중국제 합판으로 만들어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춘 드론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교훈을 받아들이는 미 육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새로운 교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 육군은 무장한 소형 상용 드론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미 육군 응용연구소 관계자는 8~12개월 안에 두 회사가 40㎜ 또는 60㎜ 수류탄처럼 군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을 투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시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 다른 회사는 정밀 유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55파운드 미만의 드론을 시연할 계획인 등 소형 드론을 이용한 공격에 눈을 뜨고 있다.

훈련 중 스카이디오 드론에 수류탄을 넣고 있는 미 육군. 미 육군


이번 연구는 올해 8월 발표한, 병사용 휴대용 체공형 자폭기를 2024년 보병여단전투팀 전체에 배치하기 위한 ‘저고도 스토킹 및 타격병기 LASSO’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소형 상용 드론을 이용한 연구의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스위치블레이드 300은 6000달러지만, 우크라이나의 한 드론 회사는 폭탄이 장착된 레이싱 드론을 200달러에 생산하고 있다. 드론이 저렴해지면 일반 병사들이 더 많은 실전 훈련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세계 상용 드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제 드론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즉,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미국 또는 동맹국 제품이나 부품을 사용한 드론을 대량으로 도입하게 된다. 미 육군은 유럽에서 러시아와의 전쟁을 상정하고 있기에, 전자전에 강한 러시아에 의해 우크라이나의 드론이 대량으로 소모되고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물량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중국 대응 위한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 구상

드론 문제는 중국과 상대해야 하는 서태평양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보다 함정과 항공기 숫자에서 앞서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수적 우위에 맞서기 위해 무인함정과 무인항공기로 대응하려 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리플리케이터 구상을 발표하는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신흥기술 차관. 미 국방부


최근 미 국방부의 전략이 변했다. 8월 28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의 캐슬린 힉스 신흥기술 차관은 미국 방위산업협회 컨퍼런스에서 중국과 경쟁을 위해 2년 내에 여러 영역에 걸쳐 수천 대의 저렴한 자율 시스템을 배치한다는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발표했다. 힉스 차관은 연설에서 스텔스기와 같은 정교한 기능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작고 스마트하며 저렴하고 많은 플랫폼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상 발표 이후, 자금 조달 문제, 산업계의 역할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힉스 차관은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자금이 필요하지 않으며, 이미 자금을 받은 군 프로그램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관은 구상을 진행하는 이유로 중국을 꼽았고, 두 가지 목표를 설명했다. 하나는 대만해협에서 분쟁을 예방하는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통해 저비용의 시스템을 대량으로 운용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생존에 필요한 자율성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대규모 드론을 가진 아군 지휘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 얼마나 있는가를 고민하기보다 얼마나 많은 자원을 사용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된다.

반대로 적은 아군의 대규모 드론으로 인해 여러 가지 작전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적이 드론을 요격할 경우 표적 탐지 자산과 요격 자산은 다른 움직임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적이 드론을 무시하거나 탐지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도 적에게 위협이 된다.

자율성은 리플리케이터 구상의 성공을 위해 필수 요소다. 아군이 소수의 인원으로 대량의 시스템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면, 나머지 병력은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강대국 간 경쟁에서 예상되는 극심한 전파방해 상황에서도 무인 시스템이 운영자의 제어 없이도 작동하기 위해서도 자율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다. 리플리케이터가 적용될 서태평양은 육지로 접한 유럽과 달리 거리가 멀다. 그렇기 때문에 각 시스템은 유럽에서 쓰일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렴해야 하지만, 소모품은 아니다.

힉스 차관은 도입된 시스템의 사용 기간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까지 3~5년으로 언급했다. 즉, 일회성 도입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도입이 이루어질 것이다. 차관은 이 시스템들은 항법 및 제어 기능을 갖추고 미국 또는 동맹국의 통제하에 복귀하여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투 중 또는 신뢰성 문제로 일부가 손실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 드론 산업은 손실을 빠르게 보충할 수 있는가?

미 육군의 무장 가능한 소형 드론과 미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 구상은 서로 다른 목적이 있지만, 충분한 양을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낮은 가격을 통해 충분한 숫자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산 기반이 맞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대량의 드론은 적에게는 작전적 딜레마를, 아군 지휘관에게는 유연성을 가져다준다. 미 육군


미 육군의 소형 드론 시험에는 이미 미국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고, 국방부의 리플리케이터 구상을 위해서는 미 국방부가 생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간에 맡겨 혁신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지만 생산 기반 구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도 육군의 드론봇 전투단과 합참 산하의 드론작전사령부라는 드론 중심 작전 체계가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드론이 도입되어 시험 중이거나 도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드론들을 생산하고 도입하기 위한 독자적인 생태계가 마련되어 있을까? 유사시 드론은 소모성이 높은 장비가 될 것이 분명하지만, 소모된 드론을 즉각 대체할 공급망은 유지될 수 있을까?

국내 기관들이 도입하는 국산 드론의 성능 미비와 일부 부품의 중국제 사용 문제는 군사용이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올 1월, ‘제2차 드론 산업 발전 기본계획 공청회’ 자료에서 국내 드론 기술력이 선도국 대비 60% 수준에 그치며, 기술 격차는 선도국 대비 3.47년 뒤진다고 발표됐다. 전파 규제나 비행 허가 규제 같은 것도 있지만,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 지정 등 투자 제약도 한몫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군이 이용하는 드론에 중국제 부품이 납품되거나, 지속적인 유지 보수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교훈은 우리 드론 산업과 정부 정책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드론은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에서 전쟁에 쓰이는 드론보다 뛰어나야 하며, 필요할 때 바로 보충되어야 한다.

국내 드론 산업도 살리고, 우리 군의 전투력도 끌어올릴 수 있는 과감한 정책 변경이 시급하며, 우리 군도 우크라이나 군처럼 자체적으로 필요한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공급망을 스스로 구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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