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재수 불이익? 없다" 열불난다며 설명회 연 이 남자 정체
“현재 중3 학생이 재수를 하게 되면 불이익이 있을까요? 정말 놀랍게도 내신과 수능에서 불이익이 거의 없을 겁니다.”
25일 오후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학부모 설명회. 대형 학원이 개최하는 입시 설명회처럼 보였지만 이날 마이크를 잡은 주인공은 교육부 공무원이었다. 교육부에서 대입 제도를 담당하는 정성훈 인재선발제도과장은 “입시에 관해 너무나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고 있다. 불안하게 만들어서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열불이 뻗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는 교육부가 학부모 대상으로 처음 대입 제도 설명회를 하는 자리였다. 앞서 교육부는 이달 10일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부터 내신 성적은 9등급에서 5등급제로 바뀌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모든 학생이 공통 과목 시험을 보는 등 변화가 적지 않다. 그래도 정부가 직접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개편안에 대해 사교육 업체를 중심으로 잘못된 사실들이 번져 학부모를 직접 만나 설명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설명회 현장에는 학부모와 교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바뀐 대입 제도의 첫 대상이 되는 중2 학부모가 많았고, 초등학생 학부모와 교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대전 뿐 아니라 공주, 청주, 천안 등 인근 지역에서 온 학부모도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왔다는 중2 학부모 조모(47)씨는 “기사를 봐도 이해가 잘 안됐다. 당장 고교학점제를 하는데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중1 학부모 신모(48)씨는 “이런 변화를 접해본 사람이 없는데, 코 앞으로 다가오니 당장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지 알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특목고 유리? 여전히 일반고가 유리해"
내신이 5등급제로 개편되면 자사고와 특목고가 유리해진다는 주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5등급으로 완화돼도 여전히 상대평가를 한다. 특목고가 덜 불리할 수 있어도 여전히 일반고가 유리하다”고 답했다.
한 학부모는 “(이번 개편안은) 상위 10%만을 위한 시안 같다. 하위 10%를 키우는 학부모도 있다”며 “먼저 고교학점제를 하는 학교에서는 공부 잘 하는 애들이 선택하지 않는 과목을 일부러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손창완 연세대 입학처장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는 그 학과가 필요로 하는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뽑는다. 지원한 학과와 관계없는 과목을 들으면 학종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성적 유불리만 따져 과목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희망 전공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다.
당장 고입을 앞둔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한 중2 학부모는 “비수도권이다보니 수시 학종에 유리한 고교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2 학부모는 “아이가 일반고를 가려고 했는데, 입시가 바뀌면서 자사고나 특목고를 가는 게 유리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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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개편안 다수가 찬성" vs 시민단체 "절반 이상 반대"
이날 교육부는 학부모 정책 모니터단 129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1.3%가 대입 개편 시안에 대해 '긍정적' 또는 '매우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신 상대평가 유지에는 81.4%가 동의했고, 내신 5등급제에도 77.4%가 동의했다.
하지만 전혀 반대되는 조사 결과도 함께 나오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날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내신 전면 절대평가(55.4%)와 수능 절대평가(56.2%)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입 개편안이 이대로 확정되면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되고 사교육이 폭증, 경쟁교육 심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대입 개편안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학교육학회 등 7개 과학 교육 관련 학술단체들은 수능 탐구영역을 '통합사회, 통합과학' 공통과목으로 치르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통합과학 수준 학습만으로도 수능에서 충분하다는 인식을 갖게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 지식 수준이 저하되고,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의 수학 능력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대전을 시작으로 서울(30일), 광주(11월 9일), 부산(11월 10일) 등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연다. 설명회는 참석 신청을 시작하자마자 마감될 만큼 관심이 뜨겁다. 내신과 수능을 한꺼번에 바꾸는 대입 개편안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조차 어떤 학생에게 유리하고 불리할지 의견이 엇갈린다.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2028 대입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남은 시간은 두 달 남짓 뿐이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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