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인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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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4대 그룹을 포함해 대기업들은 매해 연말 임원 인사를 한다.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기에 연말 인사를 앞둔 4대 그룹 임원들의 표정은 심란하다.
4대 그룹 외에 이미 임원 인사를 진행한 기업들은 뒷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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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불안한 눈빛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단기 계약직이라 말하는 대기업 임원들이다. 4대 그룹을 포함해 대기업들은 매해 연말 임원 인사를 한다. 신규 임원도 탄생하지만 그만큼 ‘잘리는’ 임원들도 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임원)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죽느냐 사느냐’의 게임이기에 연말 인사를 앞둔 4대 그룹 임원들의 표정은 심란하다. 재계 1위 삼성은 ‘삼성 임원 출신은 전(電)자와 후(後)자로 나뉜다’는 말이 여전히 회자된다. 과거 미래전략실에 몸 담았던 삼성전자 출신이 다른 계열사에 ‘낙하산’ 임원으로 투하되는 관례가 올해도 이어질지 주목되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이 어려운 것과 반대로 재계 2위 현대차는 축제 분위기다. 사상 최대 실적을 토대로 “역대 최고의 실적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퍼지고 있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올인’하면서 부회장 3인방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SK 관계자는 “별(임원)을 달려면 (부회장) 3명 중 1명에게는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LG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분위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LG는 쉽게 사람을 자르지 않는 문화”라며 “10년 넘게 ‘직업’이 임원인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4대 그룹 외에 이미 임원 인사를 진행한 기업들은 뒷말이 나온다. 10대 그룹 한 기업은 인사 총괄 사장 실수로 안 될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발표 전에 실수를 바로잡을 시간이 있었지만 ‘(입김이) 센’ 인사 담당 사장이 회장에게 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 그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그 피해를 봤을 테지만. 또 다른 금융 대기업은 오너를 위협하는 2인자를 제거했다. 2인자는 할 말은 많지만 침묵으로 퇴임사를 대신했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달기 위해선 3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일단은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 뒤로 운이 따라야 한다. 마지막은 건강이다. 그런데 최근 만난 임원들은 과거와 달리 실력보다는 운이나 줄이 우선이라고 하소연한다. 일부 그룹은 선대회장의 입김을 지우기 위해서, 일부 그룹은 그 회장이 살아 있어서 실력 있는 젊은 피가 임원에 오르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그와 반대로 능력은 있지만 나이가 많은 게 유일한 단점인 일부 임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30년 넘게 조직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는데, 1~2년의 단기 실적을 토대로 집에 가라는 말을 들으면 억울하다고 한다.
기업인들과 달리 공무원들의 연말은 평화롭다.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고 휴가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모 대기업 임원은 지난해 연말이 다가오자 고위 공무원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나를 치고 올라올 후배가 없는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친구 공무원은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라”고 위로를 건넸는데 결과적으로 그 임원은 직후 옷을 벗었다. 공무원 출신이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관가와 달리 산업계는 전쟁터가 맞는 것 같다. 오너 자제가 아닌 이상 매해 살얼음을 걷듯 죽도록 뛰는 임원들이 있고 그래서 기업은 굴러간다. 이들을 평가하는 것은 오롯이 오너의 몫이다. 제대로 된 오너는 줄이 아닌 실력으로 인사를 할 것이고, 귀가 얇은 오너는 이런저런 들리는 소리로 살생부를 작성할 것이다.
대기업이 매년 하는 인사가 다음해 농사를 좌지우지한다. 구성원들에게 오너가 주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듬해 기업 실적이 잘되고 못되고는 임원 잘못이 아니라 임원 인사를 최종 결정짓는 오너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가 만사다.
이성규 산업1부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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