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민간인 참화에 국제사회 ‘즉각 휴전’ 요구 확산

송태화 2023. 10. 2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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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초점이 하마스에 대한 타격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에 따른 민간인 참화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는 하마스의 반격 역량을 꺾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던 서방 진영에서도 매일 수백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목격하면서 휴전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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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수백명씩 사망하자 여론 변화… 어제 756명, 개전 이후 최다
美, 휴전 논의에는 선 그으면서도 인도적 ‘군사행위 일시중지’ 언급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머리 등을 다친 팔레스타인 남성이 2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부상당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치료를 받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하루에만 민간인 70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초점이 하마스에 대한 타격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에 따른 민간인 참화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초기에는 하마스의 반격 역량을 꺾어야 한다는 데 공감했던 서방 진영에서도 매일 수백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목격하면서 휴전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이스라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휴전 논의는 이르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을 위한 휴전 압박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자국 주도의 새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며 “식량과 물 등 생활필수품이 가자지구에 도달하고 민간인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 중지(pause)’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군사 작전 중지나 휴전 가능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은 그간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하며 강경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아직 휴전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결의안을 두고 “인도적 지원의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분쟁의 일시 중단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휴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지금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전 논의를 차단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그간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수위를 대폭 높였다. 그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 동안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마스의 공격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집단적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정부 내부에서도 진보적 유대인 단체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5일 하루에만 아동 344명을 포함해 756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개전 이후 가장 많은 일일 사망자 규모다. 이스라엘군이 피란민들로 붐비는 지역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면서 사망자가 연일 늘어나고 있다. AP통신은 “폐허가 된 건물에서 아이들의 시신이 수습되고 있다”고 전했다.

개전 이후 25일까지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는 6546명이며, 이 중 어린이가 2704명으로 41%에 달한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최근 들어 아동 사망자 수를 함께 발표하는 것은 공습의 잔혹함을 강조해 국제사회의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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