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신학교 솎아내기 위해 ‘한국형 ATS’ 검토해볼만
한국교회의 대외 이미지 제고와 교회 건강성을 위해 양질의 목회자 수급은 시급한 현안이다. 교계에서는 주먹구구식 신학교육과 목사 안수 남발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고 더 나아가 기준 미달 신학교 정리, 교단 신학교의 통폐합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권위 있는 신학교 인증기관인 북미신학교협의회(ATS) 같은 단체를 구성해 우수한 신학교를 인증, 한국교회에 알림으로써 신학교 지원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증 신학교에 지원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TS(The 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는 미연방교육부(USDE)의 정식 인준을 받은 학위 인증기관이다. 여기서 인가를 받으면 공식적인 신뢰를 얻는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교육부가 신학교를 평가·인가하지 않고 ATS 같은 인증기관이 맡고 있다. ATS 회원에는 하버드대 신학부와 예일대 신학부를 비롯, 프린스턴 리폼드 애즈버리 풀러 고든콘웰 등 주류 신학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ATS 회원이 아닌 신학교는 무인가 신학교로 간주한다.
ATS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전임교수 규모와 학생 수, 도서관, 부대시설 등 요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회원이 되기까지는 3단계를 거친다. 협력(Associate)→후보(Candidate)→인가(Accredited)이다. ‘ATS 연간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총 263개 학교가 인가를 받았으며 19개 신학교가 협력 관계에 있다.
ATS가 추구하는 신학 교육은 단순히 커리큘럼 이수가 아니다. 신학적 반성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 있는 신앙생활, 관련 지혜, 깊은 영적 깨달음, 예민한 도덕적 감수성과 인격 수양, 신앙공동체의 전통에 대한 온전한 지적 이해, 그리고 실제 목회에 필요한 능력의 습득을 추구한다. 학위 과정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본다.
ATS가 요구하는 회원 신학교의 목회학 석사과정(M.Div.) 커리큘럼 기준은 네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종교적 유산, 문화적 맥락, 인성과 영성 형성, 목회적·공적 리더십이다. 이외에도 성서주석, 기독교 신학 전통, 제자삼기, 대인관계 능력, 섬김의 지도력, 영성·인격 형성, 예배 인도 7가지 영역에서도 목사 후보생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요구한다. ATS는 1938년부터 이 같은 인증 작업을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ATS의 권위는 상당하다. 미국장로교(PCUSA)는 목사 안수를 받을 때 반드시 ATS 회원 신학교를 졸업해야 하는 것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한국형 ATS는 가능할까. 여기엔 우선 구조적 한계가 있다. 한국은 교육부가 신학교 인가 권한을 갖고 있고 그 기준은 일반대학과 거의 비슷해 인가받기가 쉽지 않다. 교지(敎地), 교사(敎舍), 교수진, 수익용 재산 4가지 기준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준에 들어맞는 국내 신학대학원(신대원)은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인가를 받은 신대원은 15개에 불과하다. 374개 교단 산하에 신학교가 하나씩 있다고 가정할 때 359개 교단 신학교는 모두 무인가인 셈이다. 다만 총신대 장신대 백석대 서울장신대 성결대 서울신대 등은 일반대학으로 인가돼 있다.
여기에 교계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ATS 같은 신학교 인증기관이 한국교회에 도입된다면 신학 공부를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수준 미달 신학교보다는 공인된 신학교를 찾아갈 테니 장점이 클 것”이라며 “하지만 인증기관을 구성하려면 여러 교단과 협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도 연합기관 통합이 어렵다. 괜한 자리다툼만 일어날 게 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부실 신학교를 솎아내더라도 인가 권한을 가진 교육부와의 조율도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부 인가를 받으려면 고등교육 기관으로서의 4대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범교단 차원에서 만든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인가 신학교들이 인가 신학교로 탈바꿈하려면 결국 설비와 내실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신상목 이현성 최기영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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