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자민당과 국민의힘 닮은꼴,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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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감히' 오만과 어물쩍 자민당
민심 수용 거부하는 국민의힘 흡사
다만 우리 유권자는 '착하지' 않다
」
#1 "방광염 증세로 피가 나올 때마다 이틀 정도는 입원한다. 그래서 중의원 의장을 더는 맡을 순 없다. 하지만 사흘째부터는 괜찮다고 하니 국회의원직은 할 수 있다."
지난 13일 회견에 나선 호소다 히로유키(79) 일본 중의원 의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병자였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희한했다. "그럼 국회의원직도 내려놓는 게 맞는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유독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천식 같은 지병을 지닌 것과 마찬가지. 일에는 지장 없다. (국회의원은) 나 말고는 좀처럼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음 총선 출마 질문에도 "그냥 누군가에 (선거구를) 맡기고 '자, 이제 안녕!'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의장직을 물러날 건강상태인데 국회의원은 괜찮다고 하는 논리가 일단 기가 막히다.
외부 시선 따윈 신경 안 쓰니 "어디 감히?"라 감히 오만을 부린다. 자민당 구습 정치의 축소판이다.
세상은 팽팽 바뀌는데 정치가는 국민의 수준을 낮추고 있다. 일본의 치명적 한계다.
더 희한한 건 기시다 총리 포함 자민당 누구도 "이래선 아니 되옵니다"고 하지 않는다, 어물쩍 넘어간다.
#2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도로 영남당'에 머물렀다.
수도권 유권자는 "바꿔 바꿔!"라 했는데, "안 바꿔. 못 바꿔"라 했다. 말이 '마이웨이'지, 오만이다.
민심을 수용하는 척하며 내민 카드가 혁신위원회 출범이다.
하지만 책임질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고, 총대를 멜 희생양을 외부에서 수혈해 왔다.
당을 혁신시킬 기개도, 능력도, 책임감도 없는 사람이 집권당 당 대표를 맡고, 정작 그걸 할 혁신위원장은 외부에서 불러와 따로 맡기는 정당이 어떻게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깔끔하게 책임지지 않고 툭하면 비상대책위원회, 혁신위원회를 꾸려 눈앞의 위기를 일단 모면하고 보는 정치 구습에서 좀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김기현 당 대표는 2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그럼 전권을 넘긴 당 대표는 도대체 뭐하러 있나.
지도부의 '어디 감히?'에 주눅 들어 어물쩍 넘어가는 약체 여당 의원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
하기야 정치 불과 몇 년 남짓하고 최고위원석에 앉아 지도부랍시고 행세하고,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이가 같은 당 특정 인사 제명 운동 홈페이지 개발했다고 자랑이나 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도대체 뭘 기대하겠는가.
참으로 잘고, 보기에 안타깝다.
#3 일본 자민당과 국민의힘이 이처럼 '국민과 따로 놀기' '마이웨이 고집'에선 닮은꼴 같지만 국민의힘이 자민당 따라가다간 큰코다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일 유권자는 '착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독하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몇 년을 가건물에 살아도 투표장에 가선 기계적으로 자민당을 찍는 국민이 일본 국민이다.
유독 강자에 의지한다. 연예기획사 쟈니스의 성 착취 문제도 그랬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을 때는 모두 쉬쉬하다 힘이 빠지니 모두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모르긴 해도 호소다 중의원 의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공천을 받을 것이고, 유권자들은 또 찍을 것이다.
강자의 오만을 보면 불끈하는 한국 유권자들과 성향부터 다르다.
둘째, 야당이 궤멸 상태인 일본과 달리 우리는 개딸들이 지키는 강력 야당이 있다.
일본에선 막판에 늘 내 편이 되곤 하는 무당파 유권자가 40%나 되지만 우린 10~20% 내외다.
좋고 싫음이 명확해졌다.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외과적 수술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탈한 지지층을 다시 데리고 오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마지막 차이. 자민당은 아무리 당 지도부가 오만해도 분당·탈당은커녕 당내 파벌조차 바꾸지 않는다. 일종의 종교 비슷하다.
우린 다르다. 여차하면 뛰쳐나갈 이들이 대기 중이다. 이래저래 어물쩍 넘어갈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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