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자민당과 국민의힘 닮은꼴, 차이점

김현기 2023. 10. 2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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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감히' 오만과 어물쩍 자민당
민심 수용 거부하는 국민의힘 흡사
다만 우리 유권자는 '착하지' 않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1 "방광염 증세로 피가 나올 때마다 이틀 정도는 입원한다. 그래서 중의원 의장을 더는 맡을 순 없다. 하지만 사흘째부터는 괜찮다고 하니 국회의원직은 할 수 있다."

지난 13일 회견에 나선 호소다 히로유키(79) 일본 중의원 의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병자였다. 목소리는 기어들어갔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희한했다. "그럼 국회의원직도 내려놓는 게 맞는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유독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천식 같은 지병을 지닌 것과 마찬가지. 일에는 지장 없다. (국회의원은) 나 말고는 좀처럼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13일 중의원 의장직에서 사임한 호소다 히로유키 자민당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다음 총선 출마 질문에도 "그냥 누군가에 (선거구를) 맡기고 '자, 이제 안녕!'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의장직을 물러날 건강상태인데 국회의원은 괜찮다고 하는 논리가 일단 기가 막히다.

외부 시선 따윈 신경 안 쓰니 "어디 감히?"라 감히 오만을 부린다. 자민당 구습 정치의 축소판이다.

세상은 팽팽 바뀌는데 정치가는 국민의 수준을 낮추고 있다. 일본의 치명적 한계다.

더 희한한 건 기시다 총리 포함 자민당 누구도 "이래선 아니 되옵니다"고 하지 않는다, 어물쩍 넘어간다.

#2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도로 영남당'에 머물렀다.

수도권 유권자는 "바꿔 바꿔!"라 했는데, "안 바꿔. 못 바꿔"라 했다. 말이 '마이웨이'지, 오만이다.

강서구청 보궐선거 이후인 지난 16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국회 당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민심을 수용하는 척하며 내민 카드가 혁신위원회 출범이다.

하지만 책임질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고, 총대를 멜 희생양을 외부에서 수혈해 왔다.

당을 혁신시킬 기개도, 능력도, 책임감도 없는 사람이 집권당 당 대표를 맡고, 정작 그걸 할 혁신위원장은 외부에서 불러와 따로 맡기는 정당이 어떻게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깔끔하게 책임지지 않고 툭하면 비상대책위원회, 혁신위원회를 꾸려 눈앞의 위기를 일단 모면하고 보는 정치 구습에서 좀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

김기현 당 대표는 2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그럼 전권을 넘긴 당 대표는 도대체 뭐하러 있나.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도부의 '어디 감히?'에 주눅 들어 어물쩍 넘어가는 약체 여당 의원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

하기야 정치 불과 몇 년 남짓하고 최고위원석에 앉아 지도부랍시고 행세하고, 대선 후보까지 지낸 이가 같은 당 특정 인사 제명 운동 홈페이지 개발했다고 자랑이나 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도대체 뭘 기대하겠는가.

참으로 잘고, 보기에 안타깝다.

#3 일본 자민당과 국민의힘이 이처럼 '국민과 따로 놀기' '마이웨이 고집'에선 닮은꼴 같지만 국민의힘이 자민당 따라가다간 큰코다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첫째, 일 유권자는 '착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 유권자들은 독하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몇 년을 가건물에 살아도 투표장에 가선 기계적으로 자민당을 찍는 국민이 일본 국민이다.

유독 강자에 의지한다. 연예기획사 쟈니스의 성 착취 문제도 그랬다.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을 때는 모두 쉬쉬하다 힘이 빠지니 모두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모르긴 해도 호소다 중의원 의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 또 공천을 받을 것이고, 유권자들은 또 찍을 것이다.

지난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자민당이 당선자 이름 위에 꽃을 꽂으며 자축하고 있다. 교도=연합


강자의 오만을 보면 불끈하는 한국 유권자들과 성향부터 다르다.

둘째, 야당이 궤멸 상태인 일본과 달리 우리는 개딸들이 지키는 강력 야당이 있다.

일본에선 막판에 늘 내 편이 되곤 하는 무당파 유권자가 40%나 되지만 우린 10~20% 내외다.

좋고 싫음이 명확해졌다. 현 정부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외과적 수술이 수반되지 않는 한 이탈한 지지층을 다시 데리고 오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마지막 차이. 자민당은 아무리 당 지도부가 오만해도 분당·탈당은커녕 당내 파벌조차 바꾸지 않는다. 일종의 종교 비슷하다.

우린 다르다. 여차하면 뛰쳐나갈 이들이 대기 중이다. 이래저래 어물쩍 넘어갈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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