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곽외와 죽은 천리마의 뼈

2023. 10. 2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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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중국 춘추전국 시절 군웅이 쟁패할 적에 연(燕)나라와 제(齊)나라의 다툼이 특히 심했는데 대체로 연나라가 핍박을 겪는 편이었다. 연나라 소왕(昭王)은 먼저 훌륭한 인재를 맞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신하 곽외(郭隈)를 불러 상의했더니 곽외가 한 고사(故事)를 들려주었다.

옛날에 어느 왕이 천리마 한 필을 갖고 싶어 신하에게 황금 천 냥을 주며 천리마를 구해 오도록 했다. 그 부하가 천리마를 구하러 떠난 지 며칠 만에 돌아왔는데, 황금 500냥으로 죽은 천리마의 뼈 몇 개만을 사 왔다. 화가 난 왕은 “살아 있는 천리마를 구해 오랬지 누가 죽은 말 뼈를 그 비싼 값으로 사 오랬냐”고 꾸짖었다.

신영웅전

그러자 신하가 대답했다. “천리마란 흔한 것이 아니요, 있다 할지라도 누가 그것을 쉽게 내놓겠습니까. 왕께서 천리마를 사랑하심이 지극하여 죽은 말의 뼈도 500냥에 샀다는 소문이 나면 살아 있는 천리마를 가진 사람이 어찌 나타나지 않겠습니까.”

이런 일이 있은 지 1년이 못 되어 세 사람이 천리마를 몰고 찾아왔다. 연왕은 깨달은 바 있어 우선 곽외를 우대했다. 천하에 인재를 사랑함이 지극하니 영웅·재사가 모여드는데 그 가운데 특히 중국 제일의 명장 악의(樂毅)가 찾아와 6개월 안에 제나라를 깨뜨리고 70개 성을 빼앗았다. (『십팔사략(十八史略)』) 대만의 중정기념당(中正紀念堂·장제스 총통 기념관)의 무망재거(毋忘在莒·거에서 핍박받던 일을 잊지 말자)라는 벽서는 악의를 두고 한 고사성어다.

지금 나라가 어렵다.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려는 사람이 안 보인다. 청문회에 나온 사람은 하나같이 성한 인물이 없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장관 두서너 명밖에 안 보인다. 못난이들이 날뛰니 현자가 숨었다. (잠언 28: 28)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안 쓰는 것이다. 이래서는 국정 운영이 안 된다. 사람을 잘 쓰는 것이 천하를 얻는 방법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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