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백기사’ 증권사의 금리 장사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때 금융사의 성과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이 금융권의 성과급 문제를 지적한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이번 대상은 증권사였다. 증권사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과도하게 책정한 임직원 성과급이 PF 금리를 끌어올려, 부동산 공급이 줄어들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증권사 대표를 향해서는 “금리 관련 갑질이 심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등의 원성이 쏟아졌다.
실제 증권사들의 PF 관련 성과급 규모는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증권사가 지난해 부동산 PF 관련해서 임직원에게 지급한 성과급은 3525억원이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PF 금리가 올라가면 증권사의 수익이 늘며 성과급이 늘어나니 적당한 이유만 있으면 PF 금리를 올리고 있다”며 “임원 1인당 연간 성과급이 30억씩 되는데, 이게 전부 국민 피해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PF 대출금리는 사업성이 우수한 경우도 연 12%를 넘어가고 있다.
증권사들도 할 말은 있다.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17.3%까지 치솟았다. 적당한 금리 수준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올 초만 해도 증권사는 건설사들의 ‘백기사’였다. PF 위기로 모든 금융사가 돈줄을 죌 때 수천억원의 자금을 공급해 왔다. 위험을 감수한 투자를 했으니,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온전히 위험을 감내했는지다. PF 위기 때는 정부가 나서 유동성을 공급해 급한 불을 꺼줬다. 각종 금융 사고도 증권사의 신뢰를 흔든다. 메리츠증권은 임직원들이 사모 전환사채(CB) 업무를 하며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겨오다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경남은행 직원과 공모해 PF 대출 자금 횡령을 도운 한국투자증권 직원 등 곳곳에서 도덕적 해이가 넘친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위기가 진정되면 위기를 불러온 증권사들에게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급한 불을 끈 후에도 증권사들이 책임을 졌다는 소식은 없다. 정부에게 손을 벌린 증권사 4곳에서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만 770억원이라는 이야기만 들릴 뿐이다. 언젠가 증권사가 낸 성과가 온전히 자신들만 위험을 감수한 결과인지, 사회적 신뢰를 대가로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 결과인지를 따져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
안효성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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