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탕후루가 뭐기에?
정말 탕후루가 문제인가. 탕후루 때문에 당류 섭취가 늘어 걱정이라는 기사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탕후루는 포도·귤·딸기와 같은 과일을 기다란 꼬치에 꿰고 설탕 시럽을 입혀 만든 중국식 디저트이다. 보통 탕후루 한 꼬치에는 10~25g의 당류가 들어있다. 지금 40~50대 성인이 과거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설탕뽑기·달고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요즘 10~20대가 탕후루에 미쳤다며 한탄하기 전에 나의 10대는 어땠는지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탕후루의 당 함량은 과일에 들어있는 천연당도 포함한 수치이다. 딸기 탕후루에는 당류가 9.9g인데 샤인머스캣 탕후루에는 21.1g, 블랙사파이어 포도 탕후루에는 24.7g이다. 이들 포도 속 당분이 딸기의 두세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당류 섭취량을 50g 이하로 줄이도록 권고하지만 과일과 채소 속에 원래 들어있는 당류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렇게 보면 탕후루로 섭취하는 첨가당의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탕후루 유행으로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는 주장도 조금 섣부르다. 올해 6월 식약처에서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WHO 권고기준 이내로 평균 34.6g으로 나타났다. 2019년보다 6%가 줄어들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당류 섭취가 권고기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40%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탕후루보다 음료였다. 1~5세는 과일·채소류 음료, 6~49세는 탄산음료를 통해 가장 많은 양의 당류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0? 콜라 1캔에 당류가 28g이 들어있다. 하지만 과일주스에도 비슷한 정도로 많은 당류가 들어있다. 콜라보다는 나을 거란 생각에 부모가 어린이에게 과일주스를 주면 그로 인해 불필요한 당류 섭취가 늘어난다.
탕후루만 안 먹는다고 당류 섭취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커피·음료 프랜차이즈 29개소에서 판매하는 음료의 영양성분을 조사한 결과 스무디·에이드 1잔에 평균 당류가 65g이었다. 달콤한 커피음료 1잔에 평균 당류 함량은 37g이다.
그런데도 탕후루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것은 낯선 음식에 대한 불편함 때문일 수 있다. 우리의 음식은 건강에 좋으며 안전하고 타인, 타문화의 음식은 해로울 거란 믿음은 역사적으로 어느 공동체에나 뿌리 깊다. 새로운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전보다 늘어나긴 했지만 낯선 이국 음식에 대해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시선도 여전한 이유다. 한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것인가, 짜장면처럼 한국화한 중국음식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아직 분명치 않다. 탕후루가 우리 건강에 미칠 영향 역시 시간이 지나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속단하지 말자.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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