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혜택 늘리자 교육센터 운영난…저출산 대책 딜레마
“다자녀 할인(50%) 대상자 급증으로 꿈나무체능단의 정상 운영이 어렵습니다. 내년 2월까지 운영한 뒤 문을 닫겠습니다.”
부산광역시 산하 부산국민체육센터 홈페이지에 지난 19일 올라온 공지문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체육·미술·국악 등의 교육을 하는 꿈나무체능단은 이 센터에서 가장 인기 많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하지만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춘 조례가 오는 31일부터 시행되면서 결국 운영 중단 결정을 내렸다. 부산시에 따르면 조례 시행으로 공공시설 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다자녀 가구는 기존 2만5000여 가구에서 15만7000여 가구로 크게 증가한다. 부산국민체육센터 역시 50% 요금 감면을 받는 수강생 비율이 기존 10%에서 77%까지 늘어난다. 이에 따른 센터 손실은 연간 1억2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부산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되는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도 이용료 감면에 따른 연간 손실이 2억1000만원에서 6억3700만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감면에 따른 손실 보전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에 따라 다자녀 가구 기준을 낮춘 지방자치단체가 딜레마에 빠졌다. 공공기관 등이 운영하는 각종 시설의 수익이 줄고, 이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전국 지자체에 ‘다자녀 기준 완화 및 혜택 확대’를 주문한 바 있다.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자녀 가구엔 공공시설 이용 요금 감면, 도시철도 요금 감면, 상하수도 요금 지원,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곳간이 풍족하지 않은 지자체는 고육책을 마련 중이다. 내년 1월부터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는 대구시는 도시철도 요금 할인 혜택을 지금처럼 3자녀까지만 적용하기로 했다. 3자녀 가구(약 2만 가구)의 요금 감면액을 보전하는 데만 연간 36억원이 필요한데, 2자녀로 확대하면 할인받는 가구 수가 11만5000여 가구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고교 입학 축하금 또한 셋째 자녀에게 50만원, 둘째 자녀에게는 30만원을 지급하는 등 차등을 뒀다. 대구시 관계자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혜택 대상을 늘려야 해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김대래 신라대 명예교수는 “다자녀 가구 확대를 시도하는 지방정부마다 세원 분포와 재정 사정이 다르다”며 “출산·육아 복지에 쓰이는 재정은 일부라도 중앙정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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