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맞는 특별한 가을] 이효상·박목월·이육사 … ‘근현대 문학인의 삶’을 만나보세요

김정석 2023. 10. 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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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문학 기행’

대구역 5분 거리 대구문학관부터
이상화 시인 고택, 정호승 문학관
걸어서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어

대구 중구에 위치한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전시관. 소설가 김원일이 1988년 발표한 소설 ‘마당 깊은 집’을 주제로 했다. [사진 대구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푸르기만 하던 산천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하는 10월은 무더위가 물러가고 비로소 책 읽기 좋은 시기가 된다. 이런 계절을 맞아 한국 근현대문학의 역사가 깃든 대구로 문학 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구에는 우리 근현대를 빛낸 문학인이 여럿 나고 자랐고, 그들의 문학 세계를 담아놓은 공간도 곳곳에 있다.


대구문학관, 대구·경북 출신 문인 작품 가득


가장 먼저 들러봐야 할 곳은 대구문학관이다. 대구역에서 걸어서 불과 5분이면 닿는 이곳은 대구가 어째서 문학의 본향인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효상·박목월·이육사 등 이름만으로도 전설이 된 대구·경북 출신 문인 작품과 관련 자료가 빼곡하다.

‘작가와의 동행’이란 주제로 이어지는 전시관은 일제강점기와 1960년대까지 시대상을 가늠할 수 있는 문학 자료로 채워져 있다. 특히 문학인이 들락거리던 다방과 허름한 술집을 재현해 놓은 모습이라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대구문학관에서 걸어서 20분이면 이상화 고택에 가닿는다. 문학의 본향 대구에서도 최고 문인으로는 단연 민족주의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이상화(1901~43) 시인이 꼽힌다. 대표작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구구절절 담겨있는 명시로, 발표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항일문학의 상징으로 회자한다.

이상화 시인은 청년 시절, 일제강점기 암흑의 시기를 정통으로 마주한 뒤 끊임없이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갈망하는 시를 쓰고 저항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인은 광복 순간을 미처 보지 못한 채 1943년 만 4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념하고자 대구 중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이 2008년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시인이 숨을 거둔 곳이며 유작 ‘서러운 해조’를 남긴 역사적 장소다. 이상화 고택 건너편에는 국채보상운동의 대표 주자인 대구 출신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 선생의 고택도 자리하고 있다.


김원일 장편소설 ‘마당 깊은 집’ 전시관도


이상화 고택 근처엔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전시관도 있다. 소설가 김원일이 1988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마당 깊은 집’은 대구 중구가 주 무대다. 바로 그곳에 소설의 내용을 뼈대 삼아 조성한 흥미로운 전시관이 바로 이곳이다.

소설 ‘마당 깊은 집’은 6·25 전쟁 직후 대구의 마당 깊은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된 여섯 가구, 20여 명 인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2019년에 개관한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은 주인공 길남이가 부지런히 오갔을 법한 좁은 골목 안의 한옥을 개조해 만들어 정겨움을 더했다. 전시관에는 소설의 내용과 등장인물을 소개돼 있고 김원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전시했다.


차 한잔 즐길 북카페 갖춘 ‘정호승 문학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자기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시 ‘방문객’을 쓴 정호승 시인의 문학관도 대구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을 연 정호승 문학관이다.

빨간색 외관이 눈에 띄는 건물은 2층에 오르면 등단 50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 작품이 빽빽하다. 이상화 작품 세계를 동경했던 정 시인은 대구 계성중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1973년 등단한 뒤 ‘슬픔이 기쁨에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유명 시집을 집필했다.

문학관에선 그가 적어 내려간 수십 편의 시집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육필 원고까지 만날 수 있다. 시를 그림으로 재탄생시킨 작품도 걸려 있고 1층엔 북카페도 운영 중이니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면 가을 대구 문학 기행을 알차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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