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업] [기고] 부실특허 없애려면 참신한 아이디어 창출과 특허기술평가제도 활용해야
최근 국내 대학들이 첨단 분야로 등록한 대부분의 특허가 사업화 불가능한 쓸모없는 특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허로 등록은 되었지만 시장성 등이 없는 특허라는 것이다. 정부의 국고 지원 금액은 과제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지만, 지원 결과 등록된 특허는 특허 상용화보다는 등록된 특허의 숫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2021년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기술이전료는 1189억원이지만 미국의 노스웨스턴대는 3000억원 이상으로, 국내 전체 대학의 기술이전료가 미국의 1개 대학 기술이전료의 40%가 채 안 된다. 정부 지원 R&D 비용 10억원당 한국의 대학특허 등록 건수는 0.97건으로, 일본(0.18건)·미국(0.12건)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특허출원이 질보다는 양 중심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특허권 보유 숫자가 각종 정부 지원 과제나 정책지원에서 평가지표로 현재 사용된다는 점이 지목된다. 이를 개선하려면 특허의 각종 평가지표를 특허의 보유량에서 특허의 질로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첫째,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이 창출되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중요성은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만 해도 개인용 전자기기와 휴대폰이 별개로 존재했다. 그런데 휴대폰에 전화 통화뿐만 아니라 e메일·팩스·달력·사진기 기능이 추가되었으면 좋겠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를 기술적으로 구체화한 것이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특허청은 외부의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업이 일반 국민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최종 구매 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플랫폼 ‘이이디어로’를 2021년 3월에 개설해 운영·지원하고 있다. 또한 특허청 ‘아이디어로’에서는 내부 전문인력을 통해 기업의 문제를 구체화하여 과제로 만들고, 구매한 아이디어에 대한 선행기술 조사 및 아이디어 판매협상까지 전반적인 아이디어 거래 프로세스를 지원하고 있다. 2023년 9월 말 기준 5617건의 아이디어가 ‘아이디어로’에 등록되어 있으며, 이 중 492건의 아이디어가 거래된 것으로 확인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특허출원 되어 특허권을 확보하게 되면 그다음 단계는 특허기술평가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특허청에서 심사해서 통과한 특허를 권리성·기술성·활용성 등에 대해 평가를 하여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특허기술평가시스템에서 우수한 평가등급을 획득한 특허를 각종 평가의 지표로 사용하면 된다.
혹자는 특허청에서 최종 심사해 등록된 특허를 왜 다시 평가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특허의 요건을 살펴보면 신규성·진보성·산업상이용가능성을 동시에 만족하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특허청의 특허심사 과정에선 당해 특허의 향후 경제적 가치나 시장성 등에 관한 항목은 심사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특허기술의 사업화 촉진을 위해 만든 제도가 특허기술평가제도다.
특허청은 1994년 발명진흥법 제정 시부터 특허기술의 전문적 평가를 위해 발명의 평가 기관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전문 기관별로 온라인특허등급평가 서비스인 발명의 평가시스템 등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발명진흥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특허 등급 평가시스템 ‘SMART5’의 경우도 특허 등급을 받기 위하여 직접 기관을 방문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특허번호 등 입력 조건을 넣으면 그 자리에서 9개 등급 중 어느 한 등급으로 평가 결과가 나온다.
결론적으로 특허출원 세계 4위의 대한민국이 부실특허를 없애려면 양질의 기술적 아이디어가 특허로 출원되고, 특허된 발명이 특허기술평가시스템에 의해 지속적인 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향후 정부 지원과제의 평가지표로 사용될 특허 보유 건수도 특허기술평가시스템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특허로 평가가 확대되면 사업화 불가능한 ‘깡통특허’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질적으로 우수한 특허가 창출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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