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휴전’ 호소에 선긋는 미국 “정전은 하마스만 이로울 것”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반입을 위한 군사 행위의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pause)’를 촉구했다. 하지만 아랍 국가와 유엔이 요구하는 즉각적인 ‘휴전(ceasefire)’에는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반입시키기 위한 ‘인도주의적 일시 중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18일 의장국인 브라질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접근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 간 교전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후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로이터는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즉각 휴전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진 여파라고 분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사진) 유엔 사무총장도 “24일까지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 물품은 바다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하다”며 즉각 휴전을 호소했다.
다만 일시 중지는 덜 공식적이고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휴전과는 다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우리는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조치와 작전을 일시적으로 중지할 수 있는 도구이자 전략을 생각하고 싶다”면서 “그것은 휴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현시점에서 정전은 하마스만 이롭게 할 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5일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200여 명의 인질 석방 협상에도 다소간의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협상을 중재하는 카타르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는 25일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석방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며 “조만간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은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연기를 요청해 왔고, 하마스는 지난 22일 미국인 모녀 2명, 23일 고령의 이스라엘 여성 2명을 각각 석방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질의 가족들은 24일 유엔본부 인근 광장에서 인질의 사진과 신발 220켤레를 놓은 채 이스라엘 정부와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편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안보리 회의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이 사퇴를 요구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회의에서 “이번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진공 상태에서(in a vacuum)’ 발생한 일은 아니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56년간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와 서안 지구를 점령한 이후 자치를 허용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협하에 놓여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강력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대사는 X에 “그의 발언은 테러주의와 살인을 이해한다는 표현”이라며 “홀로코스트 이후 만들어진 조직(유엔)의 수장이 그런 끔찍한 견해를 가진 것에 진심으로 통탄한다”고 말했다. 25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에르단 대사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엔 대표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것”이라며 “그들을 가르쳐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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