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카타르와 정상회담…“중동 ‘빅3’ 107조 운동장 만들어져”
카타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46억 달러(6조2000억원) 이상의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회담은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정상회담, MOU 서명식, 국빈 오찬 순으로 진행됐다. 아미리 디완 왕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은 기마부대와 낙타부대가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을 호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양 정상은 회담에서 경제 이슈를 주로 논의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HD현대중공업과 카타르에너지는 39억 달러(5조26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카타르 측과 약 30척을 건조하기 위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더 큰 성과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회담 후에 진행된 MOU 서명식에서 양국은 인프라 협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스마트 건설 공법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건축 분야 첨단기술 협력 MOU’와 토지·공간정보 분야의 신기술 활용 촉진을 위한 ‘국가 공간정보 협력 MOU’ 등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카타르가 추진 중인 대형 인프라 사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첨단·제조 기술력과 산업발전 경험을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양측은 또, 신산업 협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한·카타르 무역, 투자 촉진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기존 장관급 전략협의회에 공급망·디지털·보건 등의 분야를 신설하고, 정부 간 상설 협의 채널을 설치해 기업 간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신산업 협력의 주역인 중소·벤처기업의 상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벤처 분야 협력 MOU’도 체결했다.
이어진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선 스마트팜·태양광·자율주행차·문화콘텐츠·의료·금융·플랜트 등 양국 기업, 기관 간 총 10건의 MOU가 체결됐다. 윤 대통령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선박·터미널 등 LNG 전후방 산업으로 협력의 외연을 넓히고, 에너지신산업, 전력 기자재 등 에너지 산업 전반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 관련 산업과 관련해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큰 만큼 중장기 협력을 통해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은 회담에서 한-카타르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했다”며 “방산·군수 협력 양해각서를 바탕으로 양국 간 국방·방산 분야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카타르 국빈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카타르 내 모스크를 방문한 뒤 연구중심대학인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를 찾아 ‘청년 리더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래세대 청년 리더들이 한국어와 한류를 매개로 다양한 인적교류와 소통이 이뤄지고 공동 기술연구와 관광교류로 발전하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21일부터 4박 6일 간 진행한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에 대해 최상목 수석은 브리핑에서 “중동 ‘빅3(사우디·UAE·카타르)’ 국가와의 협력을 완성해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에 힘찬 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출입이 중심이 된 이른바 ‘중동 1.0’ 협력 관계를 첨단 신산업 분야로 확대해 ‘중동 2.0′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최 수석은 지난해 말 사우디와의 290억 달러, 올해 초 UAE의 300억 달러 투자 약속에 이어 이번 순방에서 총 202억 달러(사우디 156억 달러+카타르 46억 달러)의 세일즈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열거한 뒤 “중동 ‘빅3’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총액 792억 달러(107조원)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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