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느 때인데…" '여성 사제 허락' 논쟁에 교황 입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간 일반 알현을 이끌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교계의 대표적인 논쟁거리인 여성 사제 서품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출간된 신간에 포함된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관한 장에서 여성 사제 서품을 언급했다. 교황은 이날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도전, 대답, 희망'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교황은 "교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지만, 여성은 사제직에 들어갈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여성이 (예수의 열두 제자가 남성이라는 전승을 따른) 베드로 사도의 후계 원칙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하느님의 어머니이자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성모 마리아의 원칙에 근거하기 때문에 사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 사제 서품은 가톨릭교회 내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쟁점 사안 중 하나다.

특히 최근 가톨릭 교계에선 "시대의 변화에 맞게 교회 내 여성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성 사제 서품과 관련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황이 교리상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 중 가장 낮은 품계이며 사제 서품의 전 단계인 부제직을 여성에게 수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교황은 "여성 부제직 서품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었으며, 부제직은 가톨릭교회에서 첫 번째 수준의 성품성사"라고만 말했다.

앞서 교황은 2016년 여성 부제직 검토 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이에 대한 신학적 연구와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간 일반 알현일에 어린이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교황은 가톨릭 교계의 또 다른 논란거리 중 하나인 '사제 독신 의무 폐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이 문제는 내 재위 동안 결정되지 않을 것이며 차기 교황이 처리하도록 맡긴다"면서 입장 표명을 역시 보류했다.

교황은 '여성 사제 서품과 독신 의무 폐지가 현재 가톨릭이 겪고 있는 사제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루터교에서 여성을 서품하지만, 교회에 나가는 사람은 여전히 적다"며 "그들의 사제는 결혼할 수 있지만, 그런데도 사제의 수를 늘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문화적인 것"이라며 "단순한 교회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