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몰리는 곱버스…지금 들어가도?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10.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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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하락 때마다 나타나는 ‘불나방’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이어지고 경기와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시 변동성 또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 이슈로 거시경제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가 적잖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큰 데다, 내년 증시 전망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만큼 지수 방향성을 역으로 추종하는 이른바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에 장기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개미

ETF·ETN에 개인 자금 유입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선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국내 상장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중 가장 운용자산(AUM)이 큰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다. 10월 17일 종가 기준 이 상품의 AUM은 1조5978억원으로,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TIGER 200선물인버스2X’ ETF의 AUM(1116억원)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다.

최근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부터 10월 19일까지 개인은 이 상품을 26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 역시 4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 상품을 66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10월 첫 주만 해도 개인은 이 상품을 1064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둘째 주부터 매수세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연간 거래 실적을 감안하면 최근 매수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월 2일부터 10월 19일까지 개인은 이 상품을 164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특히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연속 월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6월 1963억원, 7월 964억원, 8월 1431억원, 9월 1331억원어치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뿐 아니다. 최근 다른 곱버스 ETF에도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10월 10~19일 개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선물인버스2X’ ETF를 6억5165만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200선물인버스2X’ ETF 역시 개인은 1억960만원어치 순매수했다.

ETF뿐 아니라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에도 개인 투자자 자금이 일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10~19일 개인은 삼성증권의 ‘삼성 인버스 2X 코스피200 선물’ ETN을 1009만원어치 순매수했고, 신한투자증권의 ‘삼성 인버스 2X 코스피200 선물 ETN’ 또한 426만원어치 사들였다.

곱버스 상품은 추종하는 지수가 하락할수록 2배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지수를 ‘음(-)’의 방향으로 추종하는 일반 인버스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다만 지수가 상승할 경우 그만큼 손실도 크다는 위험이 있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지난 9월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 상품 투자자가 계속되는 유가 상승에 두 자릿수 손실을 입은 사례가 있다. 9월 한 달간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미래에셋 인버스 2X 원유선물혼합 ETN(H)’ ‘하나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KB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TRUE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 등이 모두 20% 이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 조정기에 이 같은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며 “최근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큰 수익을 노리고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월 13일 장 마감 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 하락해 2450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
조정기 단기 대응 수단으로

6개월 이상 가져가기엔 ‘부담’

전문가들은 곱버스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시 조정기에 단기적인 대응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ETF처럼 장기 전략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많다는 진단이다.

증시 조정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곱버스 장기 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다. 경제가 단기간 역성장할 수 있지만, 증시는 조정이 수년간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연간 24.9% 하락했다. 1분기 7.4%, 2분기 15.4%씩, 3분기 7.6%씩 빠졌다. 그러나 4분기에는 3.8% 상승하며 어느 정도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코스피지수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10.8%, 3.5%씩 상승했다. 반면 3분기에는 3.9% 하락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증시 부진이 길어진 건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며 “아무리 증시가 조정을 받아도 1년 이상 장기화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내년 코스피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코스피200선물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은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증권가의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는 대략 2300~2900포인트다. 최근 내년 코스피 전망을 제시한 현대차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2300~2800포인트로, 상상인증권은 2450~2900포인트로 내다봤다. 10월 19일 종가(2416포인트) 대비 하단은 4.8% 하락이, 상단은 20%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특히 내년 코스피 실적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눈길을 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200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올해(154조원) 대비 93조원 증가한 247조원으로 전망했다. 순이익 역시 올해(100조원)보다 70조원 늘어난 170조원으로 예상했다.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바닥을 통과하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약 55조원의 이익 증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증권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현대차증권은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를 272조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대비 54%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이 중 반도체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17% 안팎으로 예상했다.

2007년 이후 코스피 내 반도체 영업이익 기여도가 평균 21% 수준이라는 점에서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향후 중국의 완만한 수요 회복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면, 반도체의 이익 영향력은 연말로 갈수록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내년 코스피 이익 증가율은 50% 이상으로 전망한다. 올해 3분기 실적은 코스피가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내년 이익 증가율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경우 거시경제 측면에서 악재가 있어도 그보다는 호재성 재료에 더 크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맞지 않는 전략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진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1호 (2023.10.25~2023.10.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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