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농사 짓고 김장까지 하고 떠나는 캐나다 청년
한국의 유기농 농장에서 농사 체험하며 일손 돕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듣는 새로운 한국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 백화골 농장에서 고구마순 수확중인 키스턴 |
ⓒ 조계환 |
1년이 지난 올해, 키스턴이 다시 우리 농장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여름부터 농사일이 끝날 때까지 석 달 동안 머물며 유기농 농사 짓는 과정을 다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키스턴에게는 변화가 많았다.
한국말이 훨씬 더 유창해졌고, 불교 신자가 됐고, 뉴진스 노래가 너무 좋다며 팬이 되어 있었다. 함께 지내며 궁금해졌다. 캐나다 친구 키스턴은 왜 한국이 좋아서 한국 여행을 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지.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하는 것, 사진 게재에 대해 동의를 받고 작성했다.
▲ 김장 배추를 심으며 한랭사를 설치하고 물을 주었다 |
ⓒ 조계환 |
▲ 백두대간 종주중 지리산 천왕봉에서 맞은 일출 |
ⓒ 키스턴 |
"저는 2022년에 울주군, 무주군, 구례군, 김해시, 산청군 등을 여행했습니다. 50일 정도 백두대간 종주를 했는데, 아름다운 가을에 설악산에서 지리산까지 종주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등산하는 것은 캐나다에 비해 엄청 편리합니다. 등산로 가까운 곳에 식당이나 마을이 있어서 음식을 구하기도 쉽고, 인터넷 접속이 되는 곳이 많아 적어도 매일 몇 시간 정도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밤에 산에서 잘 때 고라니가 내는 소리는 정말 괴상했고, 산에서 멧돼지를 만났을 때는 많이 무서웠어요. 하지만 산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습니다. 대피소에서 음식이나 막걸리를 주시기도 했고요. 따뜻한 한국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덕유산 삿갓재 대피소에서 |
ⓒ 키스턴 |
키스턴은 백두대단 종주를 한 뒤에 불교공동체인 정토회의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불교 공부를 시작했다.
"백화골 소개를 받아 우연히 알게 된 불교공동체의 온라인 불교 수업을 들으며 더 행복해졌습니다. 모든 생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법은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연민을 갖는데 도움을 줍니다. 요즘 매일 108배를 하고 있는데요, 좋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조금 불편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느낌이 들어요."
농장에서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 키스턴은 매일 아침마다 108배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외국인 젊은이가 염주를 돌리며 한국 불교식 108배를 하고 있는 모습은 재미있으면서도 그 진지함이 감동적이기도 하다.
농사일과 불교의 영향 때문인지, 키스턴은 1년 전에 비해 더 성숙하고 따뜻해진 느낌이다. 특히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유기농과 불교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유기농사에도 더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 뉴질랜드 유기농 농장에서 |
ⓒ 키스턴 |
한국말로 거의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유창하게 말하는 키스턴 덕분에 함께 일하는 것이 편안해졌다. 키스턴은 그 사이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이해가 더 깊어진 느낌인데, 특히 한국 요리를 잘한다. 간단한 김치도 금방 만들고, 감자전 같은 요리도 잘 한다. 한국 음식이라면 뭐든지 다 잘 먹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감자옹심이다.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 휴게소에 밥을 먹으러 갔어요.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데 주인분이 재료가 떨어져서 못 만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옆자리 아저씨가 '이 청년한테 그냥 감자옹심이주세요' 하고 대신 주문해주셨어요. 이렇게 낯선 분이 주문해주신 감자옹심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됐어요. 물론 담백하면서도 건강한 모든 한국 음식을 좋아하지만요."
키스턴은 한국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 키스턴의 장래 희망은 유기농 농부가 되는 것이다 |
ⓒ 조계환 |
앞으로 며칠 후면 키스턴은 우리 농장의 올해 농사일을 모두 정리한 뒤 김장을 같이 하고 헤어지게 된다. 3개월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멀리 있는 캐나다 친구가 한국에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좋아해줘서 즐거웠다. 게다가 키스턴이 앞으로 자신 역시 자급자족 하는 유기농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더욱 기뻤다. 몇 년 후에는 키스턴의 캐나다 유기농 농장에 반대로 우리가 가서 농사일을 도와주며 지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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