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마을 출신으로 5선 ‘믿음의 일꾼’, 늘 낮은 곳 향하는 시선… 선교지원 앞장
지난달 25일 전북 김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9회 김제시민의 장’에서 전주김제완주축산업협동조합 김창수(61·신안교회) 조합장이 ‘공익장’을 수상했다. 조합장으로서 축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김제시 새마을회 회장으로서 지역을 위한 봉사와 이웃사랑 실천 등을 인정받았다. 김 조합장은 김제 용지의 한센인 정착 마을에서 태어나 서러운 어린 시절을 겪으며 뜨겁게 신앙생활을 했다. 김 조합장은 지난 19일 인터뷰를 통해 “한센인 마을 출신으로 5선 조합장이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 조합장의 아버지는 20대 후반 한센병에 걸리면서 그동안의 배움과 직업을 뒤로 하고 한센인 정착 마을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태어난 김 조합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돈, 양계농장을 도우며 바쁘게 살아갔지만 “문둥이”라는 놀림과 손가락질, 따돌림으로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가족을 위한 수입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김 조합장도 일찍이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축산업의 발전과 가능성을 보고 이리농림고와 원광대 농과대학에 진학해 “큰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비전을 세웠다. 대학 3학년 때는 7년여 동안 짝사랑한 아내와 결혼해 함께 농장의 궂은일을 도맡았다. 김 조합장은 “분뇨 냄새는 참을 수 없는 두통과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새색시였던 아내는 코를 막고 참아가며 농장 일에 열심을 다 해주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 조합장은 26세 때 아버지가 위암 판정을 받으며 5000㎡ 규모의 농장을 물려받았다. 당시 암에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했지만 김 조합장은 아버지의 두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히스기야 왕이 죽을병에 걸렸지만, 그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15년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신 것처럼 아버지의 생명을 15년 연장시켜 주세요. 아버지께 효도하며, 평생 주님의 복음을 위해 순종하며 살겠습니다.”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위암 완치 판정을 받았고, 91세인 현재도 건강을 지키고 있다.
김 조합장은 농장 이익금으로 부지런히 토지와 축사를 늘려나가면서 2001년 ‘전주김제완주축산업협동조합’(이하 축협) 1대 조합장에 도전했다. 출마 당시 주변 분위기는 싸늘했다. “문둥이 촌에 사는 사람이 무슨 조합장이냐”라는 조롱에 김 조합장은 “저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조합과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낮은 자세로 일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후 조합원들 사이에서 “김 후보는 성실하고 겸손해서 도둑질은 하지 않겠다”는 소문이 나면서 39세 나이에 역대 전국 최연소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1대 조합장 당시 김제와 전주 완주 축협은 각각 80억원, 210억원의 부채를 안고 합병한 상태였다. 김 조합장은 1대와 2대 조합장을 연임하며 6년 만에 모든 부채를 털어내고, 5대부터 현재 7대까지 총 다섯번 조합장을 역임하며 전주김제완주축협을 조합원 2200명, 임직원 200명, 금융자산 1조 1800억원의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량 조합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김 조합장은 전북한우광역브랜드 ‘참예우’가 16년 연속 (사)소비자시민모임 주관 ‘우수축산물브랜드’로 선정될 수 있도록 브랜드 유지 관리를 위한 특허 출원 및 협약 체결에 앞장섰다. 또한 참예우 참여 농가의 소득증진을 위해 지난해 참예우 한우프라자 및 축산물 판매장을 개점했다. 현재 전주김제완주축협은 본점을 비롯한 8개의 금융점포와 2개의 사료공장, 참예우 한우프라자, 한우육종개량센터, 한우전자경매시장, 완주자원순환센터, 육가공사업소 등을 운영하며 지역 내 젊은이들이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혀 최근 입사 경쟁률 80대1을 기록했다.
매일 출근 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는 김 조합장은 32년 동안 매달 선교헌금을 드리고 있다. 1991년 한센인 마을에 부임한 김덕실 목사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이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당시 김 조합장은 “한센 마을에서 외부 사람들의 도움만 받고 한 번도 다른 이를 도와준 적이 없으니 매달 선교헌금을 작정해 해외 선교지에 도움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매달 10만 원으로 시작한 선교헌금은 매년 10%씩 금액을 상승시켜 현재 매달 600만원의 선교헌금을 드리고 있다. 선교헌금은 김 조합장의 급여 50%와 농장의 수익금으로 충당하며, 수중에 돈이 부족할 때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채우는 등 단 한 번도 선교헌금을 거르지 않았다. 32년 동안 드린 누적 선교헌금이 15억 원 이상이며, 2011년에는 5명의 선교사를 장기적으로 후원한 공로로 총회세계선교회(GMS)로부터 감사 공로패를 받았다.
김 조합장은 “나누며 살기로 다짐했지만 내 것이 없어지거나 손해 본 적이 없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니 축복으로 돌아왔다”고 고백했다. 지난해와 올해 인도네시아 학교 설립을 위해 각 2000만원을 지원한 김 조합장은 “한센 마을에서 복음을 듣고 꿈을 이룬 것처럼, 개발도상국에서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듣는 이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우물도 파주고, 학교도 세워주고 싶다”는 비전을 전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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