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는 주사, 멀쩡한 아이에게 맞췄다간 생돈 날린다… 임상시험 한 건도 없어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는 일명 ‘키 크는 약’, ‘키 크는 주사’라 불리는 성장호르몬은 소아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인 대상 임상시험이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임상시험은 약물을 인체에 투여했을 때 효능·효과와 함께 안전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즉, 성장호르몬 결핍이 없는 일반 아이에게 성장호르몬을 주사하면,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단 얘기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성장호르몬 바이오의약품은 총 24개인데, 모든 제품이 그렇다. 김영주 의원실이 식약처 공식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24개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없었다. 또한 식약처는 "24개 바이오의약품은 일반인(소아, 청소년 등)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된 바 없다"고 공식답변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진행한 '소아청소년 대상 키 성장 목적의 성장호르몬 치료' 연구에서도 “허가범위를 초과한 성장호르몬 사용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여 권고하지 않으며, 오직 임상연구 상황에서만 적용돼야 한다”며 단순 키가 작은 일반인에 대한 처방은 권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성장호르몬이 단순히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 '키 크는 주사'로 오남용 되고 있다. 정상적인 성장·발달을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꼭 사용해야 하는 성장호르몬 결핍 아이들보다 건강에 문제가 없는 일반 소아청소년의 성장호르몬 사용률이 더 높다.
2021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전국 5761개 의료기관에 공급된 성장호르몬은 약 1066만개다. 이 중 반드시 성장호르몬제 치료가 필요한 저신장증 아이들 7만8218명(3년 누적)에게 보험급여로 처방된 건 30만7000개뿐이었다. 97%(1035만개)는 저신장증이나 기타 관련 질병이 없는 일반 소아 및 청소년들의 키 성장을 위해 비급여 처방됐다. 우리나라는 터너증후군, 뇌하수체기능저하(소아성장호르몬결핍증, 성인성장호르몬결핍증), 단신과 관련된 선천 기형증후군(프라더윌리증후군, 누난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게만 성장호르몬을 보험급여로 처방하고 있다.
성장호르몬은 비급여로 처방받아 투여하려면 가격이 매우 비싸다. 약의 종류와 투여용량, 횟수 등에 차이는 있으나 연간 약 1000~1500만원이 소요된다. 실제로 LG화학의 '유트로핀에스'는 용량에 따라 한 달에 약 50~75만원(주 6회 투여), 화이자의 '지노트로핀'은 한 달에 약 80~85만원, 동아에스티 '그로트로핀2'은 한 달에 약 70~8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의원은 "시중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과 관련된 바이오의약품 모두가 식약처에서 효능, 효과가 확인된 바 없었지만, 마치 키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의료기관에서 오남용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인에게 임상시험조차 한 적 없는 성장호르몬 바이오의약품이 마치 성장하는 일반 소아나 청소년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광고, 처방하는 병원들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복지부와 식약처는 의약품의 초기 허가 목적과 다르게 오남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장호르몬 치료제는 꼭 필요한 아이에게 사용해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치료제의 부작용으로는 당뇨, 갑상선 기능저하증, 척추 측만증, 말단비대증, 수분저류로 인한 부종이나 관절통, 주사부위 통증, 가려움증, 발적 등이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또는 그와 관련된 질병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 ▲매일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취하기 ▲골고루 잘 먹기 ▲휴대전화나 컴퓨터 게임 등 과하게 하지 않기 등의 생활수칙만으로도 키가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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