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던 채상병 꿈에 나타나" 생존 병사, 전역하자마자 한 일
지난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집중 호우 실종자 수색 중 고(故) 채수근 상병과 함께 물에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구조된 해병 A씨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하기로 했다.
25일 해병 A씨는 군인권센터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전날 만기 전역하자마자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A씨는 “사고 당사자로서,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며 “나와 내 전우들이 겪을 필요가 없었던 피해와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에 대해 정당한 책임을 물겠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지시를 받고 작전 중 사망하거나 다친 게 아니었다”며 “사단장과 같은 사람들이 자기 업적을 쌓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리한 지시를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7월 19일 해병대의 실종자 수색작업 중 물에 빠져 떠내려가다 구조됐다. 함께 수색하던 후임 채 상병은 끝내 숨진 채로 발견됐다.
A씨는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그는 “밤마다 쉽게 잠들기 어려운 날들을 보냈다”며 “점점 시야에서 멀어지던 채 상병의 모습이 꿈에 자꾸 나타났다. 여전히 채 상병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평소 임사단장의 권위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A씨는 “실종자 수색 기간 내내 부대 분위기가 어땠는지 안다. 사단장님이 화가 많이 났다고 했고 간부들은 압박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며 “물에 들어가라는 지시도, 안전에 관심 없이 복장과 군인의 자세만 강조하는 지시들도 사실 별로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부대에서 사단장님이 보여주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러다 사고가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미 많았고 결국 사고가 났다”고 비판했다.
앞서 A씨 어머니는 지난 9월 13일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8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대장 2명(중령)의 범죄 혐의만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 해병대 수사에서 혐의자에 포함됐던 임 사단장과 여단장, 중대장, 현장 간부(중사)에 대해선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어 경찰로 넘겼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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