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 살해', 이경우·황대한 무기징역 선고

윤지원 2023. 10. 2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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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가 지난 4월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강남 납치 살해’ 사건 일당 7인이 1심에서 무기징역형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김승정)는 25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36), 황대한(36)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했으나 자백한 연지호(30)는 징역 25년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피해자를 강도·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특히 이경우·황대한은 최초 범행을 제안한 것도 서로 자신이 아니라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잘못을 뉘우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피해자의 초등학생 아들은 현재 모친이 코로나로 인하여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라도 모친이 살해를 당하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 피해자의 아들이 느낄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다만 범행의 실질적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황은희에겐 각각 징역 8년과 6년이 선고됐다. 이들의 공모관계가 강도 혐의까지만 인정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선 인정되지 않으면서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살인까지 공모하였다는 지점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가 막판 이탈한 이모씨에게는 징역 5년, 범행에 사용된 마약류 마취제를 제공한 이경우의 배우자 허모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재력가 부부 유상원·황은희의 신상정보가 4월 12일 공개됐다. 뉴스1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은 40대 여성 피해자 A씨가 방범용 카메라, 목격자가 버젓이 존재하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납치돼 사망에 이른 사건이었던만큼, 지난 3월 발생 당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사건의 배경은 퓨리에버 코인 시세조작을 두고 발생한 갈등이었다. 이경우는 2020년 A씨와 가족이 운영하던 업체가 판매한 퓨리에버 코인에 8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며 A씨에게 앙심을 품었다. 그 뒤 유사 피해를 본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이들은 이경우에게 2022년 9월 착수금 7000만원을 건넸다.

이경우는 직접 범행 도구를 준비했고, 황대한·연지호 등을 끌어들여 A씨 부부를 감시·미행하며 범행 기회를 노렸다. 결국 황대한·연지호는 3월 29일 오후 11시 46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 앞에서 A씨를 납치해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7인방이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범행 당시 겁에 질린 피해자가 차 안에서 모든 협조를 약속했음에도, 마취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주사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건 직후 7인방 가운데 이경우·황대한·연지호, 유상원·황은희 5인에 대해 신상공개를 결정하기도 했다.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10년 이래 단일 강력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였다.

검찰은 앞서 16일 결심 공판에서 ▶주범 이경우·황대한,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는 사형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 ▶피해자를 미행하며 범행을 도운 이모씨에게는 징역 7년 ▶범행에 사용된 마약류 마취제를 제공한 이경우의 배우자 허모씨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검찰의 구형에 비해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이 낮자, 방청석의 유족들 사이에선 탄식 섞인 흐느낌이 번지기도 했다.

김경진 기자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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