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이경우·황대한 무기징역… 연지호 징역 25년(종합)
'강남 납치살해' 사건 주범들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주범 이경우(36)와 황대한(36)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경우·황대한·연지호가 피해자를 강도·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몸무게가 44㎏에 불과한 여성을 건장한 남성들이 야심한 시각에 납치만 한다면 야산까지 이동하거나 구덩이를 팔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며 "약물에 따른 사망이 의도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개괄적으로 보면 살해 고의는 실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 부부를 납치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을 강취하고 살해할 계획을 했고 장기간 미행하며 기회를 노린 끝에 범행했다"라며 "이경우·황대한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고, 최초 범행 제안도 자신들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등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밤중 귀가하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돼 야산으로 끌려가 살해된 피해자의 공포와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유족들은 피해자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심대한 고통을 겪고있다고 호소하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초등학생 아들이 평생 느낄 외로움과 상실감은 그 누구도 치유하기 어렵다"라며 "피해자의 아들은 현재 모친이 코로나로 인해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라도 모친이 살했됐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피해자의 아들이 느낄 충격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납치살해 범행에 가담했지만 범행을 자백한 공범 연지호(30)에게는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경우와 납치와 살해를 공모하고 범죄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에 대해서는 "살해까지 이경우와 사전에 모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을 향해 "이경우에게 경비를 제공하고 피해자를 납치한 후 보유한 코인 탐색에 직접 참여하는 등 강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라며 "그런데도 마치 이경우에게 기망을 당해 억울하게 말려든 피해자로 행세해 어떠한 개전의 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또 재판부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살인에 쓰인 향정신성의약품을 빼돌려 제공한 것으로 조사된 이경우의 부인 허모씨와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해 범행에 조력한 황대한의 지인 이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케타민을 주사한 황대한과 연지호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마취제로만 알았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세 사람에게는 5년의 보호관찰명령도 내려졌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 등 3명은 3월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피해자 A씨를 차로 납치한 뒤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강도예비·사체유기)로 구속기소됐다.
함께 구속기소된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A씨와 갈등을 빚다가 지난해 9월 A씨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에 따라 7000만원의 범죄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경우, 황대한, 유상원·황은희 부부에게 사형을, 공범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을 각각 구형했다. 허씨와 이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과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으나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그것이 명백히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검찰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되자 A씨의 유족은 법정에서 강력하게 항의하며 오열했다.
A씨 남동생은 "말도 안 되는 결과다. 무조건 사형을 내려주는 게 맞는다"라며 "유족도 용서하지 않는데 왜 법원이 용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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