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동생의 복수를 했다… 항저우 APG 남자 론볼, 황동기 금·임천규 동

김효경 2023. 10. 25. 18: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자 B6 론볼 준결승에서 승리한 황동기(오른쪽)과 악수하는 임천규.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황)동기 형이 복수해줘서 고마워요. 한국이 금메달 따서 다행입니다."

"(임)천규가 복수해달라고 했는데, 편안하게 경기해서 금메달 딴 것 같아요."
남자 론볼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황동기(55·전남장애인론볼연맹)와 임천규(51·부산장애인론볼연맹)는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활짝 웃었다.

황동기는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원후이 스쿨 론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론볼 남자 B6등급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쉬융강을 13-11로 누르고 자신의 첫 장애인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황동기는 자신의 첫 장애인아시안게임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2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던 임천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의 비츠양을 18-9로 꺾고, 3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잔디 위의 컬링이라고도 불리는 론볼은 폭 약 5m, 길이 약 40m의 '링크'에서 지름 약 12㎝, 무게 약 1.5㎏의 공을 굴려 흰색 잭(표적구·jack·지름 약 6㎝)에 상대보다 가깝게 붙인 공의 개수가 그대로 점수로 이어지는 스포츠다.

한 쪽은 상대적으로 무겁고, 한 쪽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제작된, 구의 위아래에서 힘을 가한 듯 살짝 납작한 모양을 한 공은 전방으로 진행하는 힘이 떨어질 때쯤 무게중심에 따른 회전력의 영향이 강해지면서 점점 경로가 휘어지며 굴러간다.

선공으로 결승 경기를 시작한 황동기는 예선 조별리그에서 임천규를 꺾고 F조 1위에 올라 준결승을 거쳐 결승으로 올라온 쉬융강을 상대로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쉬융강은 추격전을 벌였지만 끝내 황동기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했다.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임천규는 3엔드까지 7-0으로 크게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고, 9엔드에서 10-7로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11∼15엔드 연속 득점으로 승기를 굳혔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자 B6 론볼 금메달리스트 황동기.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황동기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밝았다. 결승 상대였던 쉬융강은 조별리그에서 임천규에게 유일한 패배를 안긴 선수였다. 이 패배 때문에 황동기와 임천규는 준결승에서 맞붙었고, 연장전까지 펼친 끝에 형이 동생 대신 결승전에 진출해 쉬융강을 상대했다. 황동기는 "준결승전이 끝난 뒤 천규가 '복수해 달라'고 했는데, 편안한 마음으로 해서 복수를 완성한 것 같다"며 웃었다.

2014 인천 대회와 2018 인도네시아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임천규는 "3연패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다행히 다른 나라에 금메달을 뺏기지 않았다. 동기 형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1968년생 황동기는 임천규보다 4살 형이다.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전날 저녁, 둘은 식사를 함께 했다. 한 명은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바라보고, 한 명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훈련 파트너로서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두 사람은 "부담 없이 하자", "(공이) 잘 들어가는 사람이 결승에 가자"며 명승부를 다짐했다.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남자 B6 론볼 동메달리스트 임천규.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14엔드까지 11-11로 균형을 유지한 둘은 황동기가 15엔드에서 3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렸지만 임천규가 16엔드에서 4득점으로 응수해 역전에 성공했다. 2시간 15분의 경기 시간이 모두 흐른 18엔드. 16-18로 뒤지던 황동기는 헤드(잭과 공이 놓여 있는 상황)를 살핀 뒤 마지막 공을 손에서 떠나 보냈고, 2점을 올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결국 연장 19엔드에서 3점을 얻은 황동기가 승리했다.

임천규는 "동기 형도 잘했고, 나도 잘했다"며 "동기 형은 정말 껄끄러운 상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멘털도 정말 강하다"고 치켜세웠다. 황동기 역시 "서로 공이 잘 들어가면 박수도 쳐주고 그랬다"고 화답했다.

임천규와 황동기는 각자의 목표를 향해 또 다시 훈련에 나선다. "내가 연식은 좀 됐지만, 아직 더 하고 싶다"며 웃은 임천규는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론볼 종목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걸로 안다. 꼭 경기가 열려 금메달을 다시 따고 싶다"고 기대했다. 황동기는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한 번 따 보는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중국)=공동취재단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