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집 사자"…집값 급등기 겪은 30대, 내집 마련 늘었다
결혼 3년 차 직장인 이모(36)씨는 지난 7월 경기도 하남시의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7억2000만원에 샀다.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받아 집을 사는 게 맞나’ 싶었지만, 결국 은행에서 3억원을 빌렸다. 이씨는 “집값이 뛰고 내년에 아이까지 태어나는데 계속 전세로 살기 불안했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생애 최초로 내 집을 마련한 매수자가 1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씨 같은 30대 매수자가 전체의 45%에 달했다.
2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9월 생애 처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을 구입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사람은 9만8345명으로, 2021년 4분기(11만3501명)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전체 매수자(24만8922명)의 39.5% 수준이다. 집을 산 10명 중 4명꼴로 생애 처음 집을 구입한 셈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던 지난해 4분기에는 이 수치가 6만1636명까지 줄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다.
매매 시장의 ‘큰 손’은 30대였다. 지난 3분기 전국에서 생애 첫 집을 마련한 30대는 4만3828명으로, 전체의 44.6%를 차지했다. 이어 40대(24.7%), 50대(12.3%), 20대(11.7%) 등의 순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2020~21년 부동산 급등기를 처음 경험한 30대가 적극적으로 집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매수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서울이었다. 지난 3분기 서울에서 첫 집을 마련한 사람은 1만1031명으로, 2분기(8925명)보다 23.6% 증가했다. 자치구 중에서 중구(1218명)의 생애 첫 매수자가 가장 많았고 동대문구(815명), 강남구(809명), 송파구(648명), 서대문구(640명)가 뒤를 이었다. 모두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서울 3대 업무 지역’으로 출퇴근하기 편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도 역시 지난 3분기 생애 첫 주택 매수자가 3만7425명으로, 전 분기(3만2338명)보다 15.7% 늘었다. 의정부시(3644명)와 평택시(3018명), 양주시(2956명), 화성시(2380명), 김포시(1942명) 등 신도시나 택지지구가 들어선 곳이 매수 상위 지역에 올랐다.
생애 첫 매수자가 늘어난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 2월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해 9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 또 지난 3월부터는 생애 최초로 12억원 이하 집을 사면 취득세를 200만원까지 면제해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 6~7%까지 올랐던 대출 금리가 지난 5~6월 연 4% 전후로 내려온 점도 한몫했다. 이에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무주택자들이 ‘급매물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주택자는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때 추격 매수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전셋값 상승 여파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한 점도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분기엔 이런 흐름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집값이 단기간에 급반등하면서 수요자 사이에서 가격 저항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159.7)는 올해 들어 12.4% 뛰며 전고점인 2021년 10월(188.9)의 84.6%를 회복했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넘고, 특례보금자리론 대상(9억→6억원 이하)이 축소된 것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전국 생애 최초 매수자를 월별로 따지면, 지난 8월 3만3716명으로 2021년 1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가, 지난달엔 3만1007명으로 한풀 꺾였다. 박원갑 위원은 “급매물 소진으로 가격 매력이 사라진 데다, 고금리 부담도 크기 때문에 생애 최초 매수자는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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