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친한 후배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징역 10개월

윤우진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수사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변호사를 소개받았단 논란이 있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다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윤 전 서장은 한때 ‘소윤(小尹)’으로 불렸던 윤대진 전 검사장의 친형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윤 전 서장이 세무조사 관련 청탁·알선, 법무법인 사건 알선을 해주고 대가를 받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당장 구속하진 않기로 했다.

용산세무서장·영등포세무서장 등을 지낸 윤 전 서장은 이후 세무법인 대표로 일하면서도 현직 세무공무원과의 사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정된 범죄 사실에 따르면, 2017년 인천세무서로부터 세무조사 통지를 받게 된 김모 씨는 ‘윤 전 서장이 인천세무서장 등 현직 세무공무원을 잘 알아 힘을 쓸 수 있다’ ‘세금을 거의 안 내게 해 줄 수 있다더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윤 전 서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이후 윤 전 서장과 인천세무서장과의 만남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윤 전 서장이 인천세무서장과 조사팀장을 만난 자리에서 아주 쩔쩔매도록 말했다”는 김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윤 전 서장이 김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세무 서비스도 제공하긴 했으나, 금품수수 명목에 세무조사 관련 청탁·알선 명목도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이상 그 전부가 청탁·알선 명목의 성질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이 돈은 추징된다.

법무법인 화현에 여러 사건을 소개해 준 대가로 5억 원을 무이자·무담보로 빌려 쓰고 에쿠스·BMW 차량을 공짜로 타고다닌 혐의도 인정됐다. 김 부장판사는 사건을 맡겼던 의뢰인들이 ‘윤 전 서장이 A 변호사(법무법인 화현 대표)를 소개했고, 그 전에는 화현이나 A 변호사에 대해 알지 못했다’ ‘사건 위임하는 과정에서 윤 전 서장에게 얘기해 선임료를 깎아달라 했다’고 진술을 신뢰할 만하다고 봤다. 윤 전 서장은 돈은 빌린 것이고 차는 화현에서 안 쓰는 오래된 것으로, 알선의 대가가 아니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차량을 언제까지 사용하고 돌려달라는 요구도, 약속도 없었다”며 “구성원도 아닌 윤 전 서장에게 법무법인의 자금을 대여하고 담보 제공이나 차용증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법무법인 대표에게 이런 사실을 사전 또는 사후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기 어렵고 이례적이다”고 봤다.

인천 영종도 일대 호텔 부지 인·허가를 위해선 공무원 청탁이 필요하다며 사업가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2020년 11월 인천의 부동산 사업가 김모 씨가 검찰에 진정을 내며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김씨는 윤 전 서장의 측근 최모 씨로부터 ‘윤우진은 전직 세무서장 출신이고 동생이 검사다. 세금 문제는 물론 뭐든 해결해준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된 최씨 판결(징역 3년)에 따르면 이는 최씨의 단독 범행이었다. 김 부장판사도 이날 “윤 전 서장이 최씨로부터 1억 원을 받긴 했으나 기존 채무 변제 명목으로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이미 6개월 간 구속돼 있었고, 현재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윤 전 서장은 지난 2021년 12월 구속상태서 기소됐으나 재판이 1심 구속기소 기한(6개월)을 넘겨 길어지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윤 전 서장은 뇌물 혐의로도 같은 법원 형사합의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012년 경찰이 수사했으나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것을 최근 재수사한 것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친동생 같은” 윤대진 전 검사장의 형인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논란이 있었던 사건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에서 “그냥 사람을 소개한 것이고 실제로 선임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