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식…이재용 승어부는 '봉사와 실천'

이소아, 김한솔 2023. 10. 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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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3주기 추모식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이목동에 있는 고인의 선영에서 엄수됐다.


이재용 회장 사우디에서 새벽 귀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모친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선영을 찾았다. 비슷한 시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부부 등 유가족이 도착해 추모식에 참석했다.

이재용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사절단 출장을 마치고 이날 새벽 6시30분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홍 전 관장을 모시고 선영으로 이동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등 삼성 사장단 60여 명도 차례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오후엔 삼성 고문단 30여 명과 전직 사장단 모임인 ‘성대회’ 40여 명, 이 선대회장을 치료하던 의료진 20여 명 등도 참배했다. 다만 올해는 별도의 행사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지난해에 삼성 계열사 홈페이지에 마련했던 온라인 추모공간도 개설하지 않았다.



다시 주목받는 ‘승어부’ 정신


올해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신경영 선언’을 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 회장과 사장단은 선영 참배를 마친 뒤 인근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이 선대회장의 3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며 고인의 경영 철학을 되새겼다.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이 회장은 오는 27일로 회장 취임 1주년을 맞으면서 아버지의 생전 뜻을 잇고 ‘뉴삼성’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이른바 ‘승어부(勝於父)’에 대한 의지다. 승어부는 이 선대회장 영결식 때 고인의 고교 2년 선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추모사에서 언급하며 확산했다.


“아직 진정한 승어부는 이건희뿐인 듯”


김 전 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공부나 사람됨에서 부모를 능가하도록 애써라, 승어부하는 게 가장 큰 효도’라면서 하셨던 말”이라며 “특별한 출전(出典)은 없지만 (추도사를 통해) 좋은 말을 알린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삼성 임직원이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모든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 말을 언급했다. 지난해 2주기 추모식에서도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소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일련의 사회환원 활동을 통해 ‘승어부 실천’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36년 전인 1987년 12월 삼성그룹 회장 취임식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과묵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던 사람이고, 인문학·인류애적인 마인드 등에서 이룬 것이 많은 분”이라며 “세계를 돌아봐도 승어부라는 말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직 이건희 회장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의료 수준 높인다…대 잇는 사회환원


이 회장과 유족들은 문화와 의료 분야를 필두로 ‘KH(이건희) 유산’을 환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소장하던 서수상(瑞獸像·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15일 기념 행사를 열고 서수상을 포함해 완벽히 복원된 광화문 월대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지난 16일 복원이 완료된 서울 광화문 월대를 찾은 시민들. 고 이건의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유족 측이 기증한 서수상이 놓여져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달엔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MET)에 한국관을 전담하는 큐레이터를 운영하기 위해 200만 달러(약 27억원)를 지원했다. 그동안 “중국·일본관에 비해 규모나 작품 수가 뒤처진다”고 평가받던 한국관은 삼성의 후원에 한국국제교류재단,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의 기부가 더해져 규모와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전망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한국미술 기금큐레이터직이 처음으로 설치됐다고 21일 밝혔다. 왼쪽부터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 김기환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엘레노어 현(한국명 현수아) 한국미술 큐레이터,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맥스 홀라인 관장, 맥스웰 헌 아시아 미술부장. 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특히 이 선대회장이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은 2025년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 이어 2026년 미국 시카고미술관과 영국 런던박물관에서 전시돼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가는 이와 더불어 1조원을 감염병 방지와 어린이 환자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소아암과 희귀질환에 걸린 전국 환아에게 회당 100만원에 달하는 유전체 검사비를 지원해 10년간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게 됐다. 희귀질환 치료 기술 개발, 환자용 웨어러블(착용형) 장치 개발 등 73개 과제도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은 “(이재용 회장도) 자신의 안목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또 한 번 승어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소아·이희권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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