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尹 국빈방문 '중동 특수' 성패, ‘다변화’에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21~26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 특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중동의 수출·수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다변화’다.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되, 중동 특유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수출 상황판만 보면 중동은 ‘기회의 땅’이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1~9월 중동 지역 수출은 141억2622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4642억7805만 달러)이 11.5%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중동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시아·북미·유럽 등에 밀린다. 하지만 최근 수출이 부진하자 상대적으로 '가뭄에 단비' 같은 지역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국과 교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직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61.6% 폭증했다.
더 고무적인 건 한국 산업의 ‘미래 먹거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중동으로 향한 주요 수출품은 자동차·자동차부품·합성수지·건설기계 등이다. 하지만 이번 국빈 방문에서도 드러났듯 최근 경제 협력이 이어지는 분야는 일명 ‘에(너지)·차·방(산)’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기존 제조업·중화학공업 위주에서 태양광·수소 등 미래 에너지, 전기차·2차전지를 포함한 스마트차, 방산 등 다변화하려는 수출 품목과 최근 중동이 관심 있는 분야가 같다”며 “알타시아(Alternative Asia·중국을 제외한 대안으로서 아시아) 뿐 아니라 중동에서 수출 다변화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이 기회라면 대(對) 중동 수입 상황판엔 위기 신호등이 켜졌다. 정부는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2021년 59.8%까지 떨어뜨린 의존도가 지난해 다시 67.4%로 반등했다. 올해 들어 8월 기준 82.1%까지 올라 2016년(85.9%) 수준으로 원상 복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끊겼고, 미국산 원유 수입마저 줄어든 영향이다.
원유 수입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중동은 의존도를 낮춰야 할 시장이다. 박현도 교수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처럼 국제정세가 특히 불안해 원유 수입을 중동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위험하다”며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는 등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해외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꽌시(關係·인맥 관계)’처럼 중동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왕정 국가’다. 국영 기업이 많은 중동 지역 특성상 이번 국빈방문처럼 대통령이 중동국 왕을 직접 만나 사업을 챙기는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중동에선 부처 장관이나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대통령이 나서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여긴다.
사업 환경도 달라졌다. 과거 기술·노동력만 제공하던 수준에서 최근엔 한국 기업의 공동 투자를 담보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중동에 반드시 지사를 두고 현지인을 채용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 담당 전문연구원은 “최근에 사업 기회가 주로 부각됐지만 ‘리스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사업 규모는 크지만 진행 속도가 느린 중동 특성상 현지 채용에 따른 비효율, 사업 장기화에 따른 B/C(비용 대비 편익)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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