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막았는데 북한 저장고 늘린다…제재 비웃는 북·중·러 밀착
러시아는 탄약 저장용 구덩이를, 북한은 유류 저장고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 중국 영해에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선박이 버젓이 운항한다. 최근 밀착 강도를 높이는 북·중·러 간 내부 거래의 결과다.
최근 2~3개월간 최소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북한발(發) 전쟁 물자를 제공받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 달 이상 사용할 포탄과 탄약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불법 환적 등의 방식으로 유류를 공급받으며 경제·산업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숨구멍이 열리는 분위기다. 이같은 불법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북·중·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스스로 약속한 조치들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비축량 늘린 北…원유 저장고 신설
북한은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2307호)에 따라 연간 원유 수입량은 400만 배럴로, 정유 수입량은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지난 6년간 상한 선에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돌연 유류 저장고를 확충하는 것은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유류를 공급받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실제 북한은 공해상 불법 환적 등의 방식으로 중국 선박으로부터 원유·정유를 밀반입하며 비축량을 늘려온 것으로 보인다. 선박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인 천마산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수일에 걸쳐 중국 푸젠성 인근의 중국 영해를 넘나들었다. 천마산호는 유류 밀수에 동원된 혐의로 2018년 3월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이다.
이번에도 천마산호가 불법 유류 환적을 위해 중국 영해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에도 북한은 유엔 제재 대상인 지성6호를 중국 영해에 진입시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불법 유류 거래가 의심되는 이같은 ‘수상한 운항’ 뒤 남포항에 드나든 북한 유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42척에 달했다.
北 컨테이너 보내자 탄약고 확충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월부터 티호레츠크 지역에 위치한 탄약고에 100여개의 새로운 탄약 저장용 구덩이를 구축했다. 이에 발맞춰 북한이 보낸 컨테이너 수십 개가 이 탄약고에 도착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컨테이너에 탄약을 포함한 각종 무기가 들어있다는 구체적 정황 증거가 드러난 셈이다. 미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포탄은 30만~50만발 규모로 추정된다.
제재 위반 포착됐는데 "안보리 의무 준수"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한국과 G7·유럽연합(EU) 등 각국 주유엔 대사들은 장쥔(張軍) 주유엔 대사에게 북한의 석유 밀수를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중국을 향해 대북 불법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주유엔 중국대표부는 SNS를 통해 “중국은 항상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고, 국제의무를 성실하게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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