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막았는데 북한 저장고 늘린다…제재 비웃는 북·중·러 밀착

정진우 2023. 10.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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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탄약 저장용 구덩이를, 북한은 유류 저장고를 대거 확충하고 있다. 중국 영해에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선박이 버젓이 운항한다. 최근 밀착 강도를 높이는 북·중·러 간 내부 거래의 결과다.

최근 2~3개월간 최소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북한발(發) 전쟁 물자를 제공받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 달 이상 사용할 포탄과 탄약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불법 환적 등의 방식으로 유류를 공급받으며 경제·산업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숨구멍이 열리는 분위기다. 이같은 불법적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북·중·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스스로 약속한 조치들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비축량 늘린 北…원유 저장고 신설


북한의 불법환적 허브로 불리는 남포항에 유류 저장고가 늘어났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유류 공급량이 제한된 상태에서 불법환적 등의 불법 루트로 유류를 밀수입한 뒤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미 국무부가 공개한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현장.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남포항의 유류 저장고를 대폭 신설하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32개였던 남포항 일대의 원형 유류 저장고는 지난 3개월 사이 35개로 늘었고, 추가로 5개의 저장고를 구축하기 위한 부지 정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는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 연말엔 북한의 유류 저장고가 4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북한은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2307호)에 따라 연간 원유 수입량은 400만 배럴로, 정유 수입량은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지난 6년간 상한 선에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돌연 유류 저장고를 확충하는 것은 대북 제재를 회피하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유류를 공급받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YONHAP PHOTO-1659〉 시진핑 환송하는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방문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송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19.6.22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2019-06-22 07:37:37/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실제 북한은 공해상 불법 환적 등의 방식으로 중국 선박으로부터 원유·정유를 밀반입하며 비축량을 늘려온 것으로 보인다. 선박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인 천마산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수일에 걸쳐 중국 푸젠성 인근의 중국 영해를 넘나들었다. 천마산호는 유류 밀수에 동원된 혐의로 2018년 3월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선박이다.

이번에도 천마산호가 불법 유류 환적을 위해 중국 영해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에도 북한은 유엔 제재 대상인 지성6호를 중국 영해에 진입시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불법 유류 거래가 의심되는 이같은 ‘수상한 운항’ 뒤 남포항에 드나든 북한 유조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42척에 달했다.


北 컨테이너 보내자 탄약고 확충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등 전쟁 물자가 담긴 컨테이너 최소 1000개를 보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 무기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뉴시스
북·러 무기거래 역시 명백한 안보리 결의(1874호 등) 위반 행위다. 하지만 북한은 보란 듯 전쟁 물자가 담긴 컨테이너를 러시아에 보내고 있고, 이에 발맞춰 러시아는 각종 무기 저장 창고를 늘려나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8월부터 티호레츠크 지역에 위치한 탄약고에 100여개의 새로운 탄약 저장용 구덩이를 구축했다. 이에 발맞춰 북한이 보낸 컨테이너 수십 개가 이 탄약고에 도착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컨테이너에 탄약을 포함한 각종 무기가 들어있다는 구체적 정황 증거가 드러난 셈이다. 미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포탄은 30만~50만발 규모로 추정된다.


제재 위반 포착됐는데 "안보리 의무 준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포토
위성사진 등을 통해 이같은 제재 위반 행위가 수차례 포착됐음에도 중·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북 제재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거짓말로 일관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1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회원국으로서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국제적 의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의 발표와 위성사진 등을 통해 드러난 불법 무기거래 정황 등을 감안했을 때 러시아가 국제의무를 준수한다는 입장은 궤변에 가깝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한국과 G7·유럽연합(EU) 등 각국 주유엔 대사들은 장쥔(張軍) 주유엔 대사에게 북한의 석유 밀수를 막아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중국을 향해 대북 불법 원유 공급을 중단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주유엔 중국대표부는 SNS를 통해 “중국은 항상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이행하고, 국제의무를 성실하게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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