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동네서 온 000의원인데요"…의원 민원만 쏟아진 '맹탕국감'
#1.“부산 촌 동네에서 온 국회의원입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남구을)은 이렇게 본인을 소개하며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지방이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은이 부산으로 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강 회장에게 “국가는 어쨌든 골고루 잘 살게 하는 게 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며 “산은 이전을 위해 노조도 만나서 설득해야 하고, 부산 이전에 대한 공론의 장도 만들어서 토론도 하고, 모든 의원들을 만나서 직접 설득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북 전주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같은 당의 김성주 의원은 “부산보다 더 촌 동네인 전북에서 온 김성주 의원입니다”라며 “전북은 국민연금과 같은 중장기 투자를 해 온 기관이 있기 때문에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오히려 국민연금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훨씬 더 낫지 않겠냐. 왜 굳이 부산으로 가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2. 같은 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한국투자공사 진승호 사장에게 “진 사장이 인력이탈 우려 등의 이유로 전주 이전을 반대해 논란이 있다”며 “전주로 이전한 연금공단의 이직률만 봐도 인력이탈 문제가 말이 맞지 않고, 수도권을 벗어나기 싫은 차별적 인식에 불과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비례대표 의원인 양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전북 전주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단양군이 지역구인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0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행법상 공공기관 이전은 혁신도시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 비혁신도시는 기회가 제한된다”며 “국토부가 법 개정에 앞장서서 비혁신도시로 확대되면 제천시와 같은 중소도시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는 이처럼 공공기관·공기업 지역구 유치 경쟁이 유독 치열했다.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민원성 질의도 여전했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도 그랬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김태흠 충남지사에게 “대통령과 김 지사의 공약인 GTX 확충 통합 기획 연구를 당초 6월까지 완료하기로 했는데 6개월이나 연장했다”며 “충남도가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갑에는 ‘GTX-C 노선 천안·아산 연장’ 사업이 진행 중이다.
총선 전초전 성격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겹쳐 주목도가 떨어진 이번 국정감사는 지역 일정을 병행하는 의원들 때문에 자리가 많이 비어 있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공천 평가에 반영도 안 되는 국정감사라 질의시간을 최대한 당기고 지역 행사에 가시도록 일정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특임교수는 “알맹이 없는 ‘맹탕 국감’ 마저도 선거용으로 악용하려는 구태 정치의 모습이다”며 “행정부 견제라는 취지에 안 맞는 질의를 하면 정당들이 나서 총선 심사에서 감점하는 등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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