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장 후임 발표 미루는 시진핑…배경 두고 '세가지 설' 돈다

신경진 2023. 10. 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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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리상푸(왼쪽) 전 중국 국방부장이 러시아 크렘린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두번째) 러시아 국방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리 전 부장은 24일 국방부장, 국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 직무에서 전격 해임됐다. EPA

24일 중국이 리상푸(李尙福) 상장을 국방부장, 국무위원, 국가 중앙군사위 직무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후임 국방부장을 임명하지 않은 원인을 놓고 검증 강화론과 미국 요인설 등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6차 회의에서 리상푸의 국무위원, 국방부장 직무를 면직하고, 친강(秦剛)의 국무위원 직무를 면직한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같은 인사 내용을 담은 주석령 14호에 서명했으며, 리상푸의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직무에서도 해임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마평이 나왔던 군 서열 5위 류전리(劉振立) 연합참모부 참모장(참모총장 격)의 승진이나, 군 서열 3위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겸임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부장 임명 권한을 가진 전인대 상무위의 다음 7차 회기가 12월 말이므로 적어도 국방부장은 두 달 이상 공석으로 남게 됐다.

시 주석이 신임 국방부장의 임명을 미룬 이유로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는 연이은 고위직의 낙마로 인사 검증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검증 강화론'이다. 지난 3월 12일 임명된 시진핑 3기 내각이 7개월 만에 준 부총리 격인 국무위원 5명 중 친강과리상푸가 연쇄 낙마했다. 엄격한 검증으로 추가 인사 사고를 막아야만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中 국방부장 문혁 시기 4년간 공석


다음으론 '국방부장 무용론'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에서 국방부장은 인사권 등 군정(軍政)을 행사하지 못한다. 상장(대장) 계급에 군 서열 4위의 중앙군사위 위원이지만 부부장(차관)도 없다. 장관 직속 기구로는 국방외사국이 유일하지만, 이 역시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의 지휘를 받는다.

중국 국방부장 직은 문혁 기간인 1971년 린뱌오(林彪) 당시 부장이 몽골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뒤 4년간 공석으로 남기면서 실권 없는 자리로 변했다. 지난 17일 밀로시 부체비치 세르비아 국방장관 겸 부총리를 장유샤(張又俠) 군사위 부주석이 접견하면서 당분간 허웨이둥 부주석과 교대로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이 커졌다.

마지막으로 미국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국방부장 직급이 미국 국방장관보다 낮다며 카운터파트로 군사위 부주석을 희망해왔다. 이에 반해 중국은 미국과 국방장관급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리상푸 전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미국은 리 전 부장이 장비개발부장 당시 러시아산 무기를 구입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해왔다.


“미·중 군사 대화 장애물 사라져”


구자선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은 “리 전 부장의 낙마가 확정되면서 미국과 군사 대화를 가로막던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며 “다만 군사위 부주석의 국방부장 겸임설은 미국에 너무 많이 양보한다는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 가능성이 작고, 7인제인 중앙군사위 구조까지 바꿔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리 전 부장에 대한 조사와 새로 임명할 중앙군사위 위원에 대한 검증 작업까지 마무리한 뒤에 후임 부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리 전 부장의 낙마를 군사 채널 개통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잠재적인 오산을 차단하기 위해 열린 대화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기회를 계속해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오는 29일 베이징에서 개막하는 군사 협력포럼인 샹산(香山)포럼에 마이클 체이스 중국담당 부차관보를 파견할 예정이다.

중국은 6년 만에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면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는 중국 대표단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판촉행사에 참여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십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친강·리상푸 낙마에 미·러 제보說도


한편, 중국의 외교·국방 수장의 낙마엔 각각 미국과 러시아의 제보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지적됐다. 홍콩 명보는 25일 “친강 외교부장이 미국 주재 기간 혼외자를 낳았다는 제보로 낙마했고, 리상푸 국방부장은 미국의 제재 이유인 러시아산 무기 구매 과정에서 부패에 연루됐을 수 있다”며 “아이러니하게 친강의 미국 스캔들은 러시아가 중국에 제보했고, 리상푸의 부패는 미국이 베이징에 단서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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