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는 대학 자율로? '낭만적 발상'이 가져올 참담한 결과

이현 2023. 10. 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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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시안의 문제점 ③] 대입에서의 불의와 불공정 제도화할까 우려돼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이 세 차례에 걸쳐 개편 시안을 분석합니다. <편집자말>

[이현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전 기사 <내신 5등급제가 되면 벌어질 일...교육부 발표에 숨은 뜻>에서 이어집니다. 

대입의 대학 자율화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교육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입 정책은 ▲수능 영역별 만점자가 1% 나오도록 쉽게 출제하기 ▲고교 다양화 300으로 고교 서열 체제 강화하기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하기 ▲입학사정관 확대하기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을 종합한 것이 '대입의 3단계 대학 자율화' 정책이었다.

지금 이주호 장관이 주도하는 대입 정책의 방향과 목표도 결국 '대입의 대학 자율화'다.

'수능성적도 참고'하고, '내신성적도 참고'하고, '교사가 써주는 주관적 서술기록도 참고'하고, '면접도 참고'하고, 필요하면 '구술면접이나 논술시험도 참고'해서 대학이 독자적인 기준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다양한 전형 방법'으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입의 대학 자율화'가 제도화되면 더 이상 조민씨 사태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조민씨와 같은 방식으로 10년간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 대학만 따져도 4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지금도 매년 약 4000명의 학생이 이런 방식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입학한다(어학, 과학, 수학 특기자 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

이렇게 합격한 학생 중에 과장과 거짓, 그리고 부모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케이스는 과연 조민씨 한 명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사안에 대해 '불공정하다거나 입시 부정'이라는 문제제기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자녀의 학생부 문제에 대한 의혹과 같은 사안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학이 어떤 내용을 반영했는지, 얼마나 반영했는지를 공개할 이유도 없고, 따라서 외부에서는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입의 대학 자율화'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누가 왜 합격하고 누가 왜 불합격하는지, 무엇으로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지를 알 수 없는 대학입시의 전면화'를 의미하며, 이것은 '불공정과 부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귀착될 것이다.

'시험성적 혐오론자'들이 주도하는 대입제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1월 1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교육청 제32지구 제5시험장 효자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전광판의 문자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시험성적 위주의 대입제도 개혁'과 '무시험 전형'을 천명하고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슬로건이 대입 정책의 방향이 된 이후, 지난 25년간 우리나라에서는 '객관적인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이 교육정책을 주도해왔다.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후진적'이고, '비교육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험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창의성'을 저해하고 '인성'을 반영할 수도 없으며, '미래 역량'을 키울 수도 없고, 따라서 '미래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시험성적 중심 입시는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도 증가'시키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훼손한다는 것이 이들이 논리다.

많은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시험성적 혐오론자'들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각 진영에 다수 포진해있다. 그리고 이번 개편안은 이러한 '시험성적 혐오론자'들의 주장을 등에 업고 있다.

그런데 이제 '시험성적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시험성적이 아니라 '학생이 제출한 서류와 면접 평가방식'으로 대입 선발을 확대해온 지난 25년간 우리나라 고등학교 현장은 교육적으로 훌륭하게 변화했나? 창의력이 뛰어나고 인성이 좋은 학생을 양성해왔나? 미래 역량이 길러지고, 미래인재가 대학에 입학해왔나?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은 경감되었나? 사교육비는 줄어들었나? 공교육은 정상화되었나?

'낭만적 발상'의 교육정책의 결과

만일 이 질문들에 대해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낭만적 발상'으로 대한민국 교육을 황폐화하고, 대학입시를 끊임없는 불공정과 부정의 시비에 휘말리게 해온 무책임한 시도가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낭만적 발상'이 정책으로 현실화되면 낭만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육 전체에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의 뒤에 있는 의도, 곧 '대입의 대학 자율화'는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수준에서부터 서열화를 고착화하고, 대입에서의 불의와 불공정을 제도화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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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현은 공항중학교 교사로 재직했고,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됐다. 1994년 복직했지만, 경제적 형편으로 인해 곧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에는 스카이에듀라는 수능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2014년 사교육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2015년 재단법인 우리교육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후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사실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와 "합리적 대안" 모색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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