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붙이기 힘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쿡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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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한창이던 1930년대 일본, 화마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를 따라 도쿄를 떠나 새엄마 나츠코의 집으로 향한다.
마히토는 그런 나츠코가 불편해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히토는 어머니가 살아있다며 자신을 꼬드기는 신비한 왜가리를 따라 어머니와 나츠코를 찾아내기 위해 이세계(異世界)로 향한다.
마히토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눈물 쏟아가며 푹 빠져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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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한창이던 1930년대 일본, 화마로 어머니를 잃은 소년 마히토는 아버지를 따라 도쿄를 떠나 새엄마 나츠코의 집으로 향한다. 나츠코는 마히토의 어머니와 똑 닮았다. 마히토는 그런 나츠코가 불편해 어머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나츠코가 사라진다. 마히토는 어머니가 살아있다며 자신을 꼬드기는 신비한 왜가리를 따라 어머니와 나츠코를 찾아내기 위해 이세계(異世界)로 향한다.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호불호 지점이 명확한 작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꼽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 당시 호평과 혹평이 엇갈렸던 만큼 국내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생각보다 더 난해하고, 거북한 지점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먼저 시대 배경부터가 일본이 조선을 강제로 점거하던 1930년대다. 주인공 아버지는 전쟁 물자를 공급하는 군수업자다. 극 안에서도 전쟁으로 신음하던 당시 일본 내부 상황과 진주만 공습 등이 우회적으로 표현된다. 국내 관객이 마음 편히 소구하긴 어렵다. 여기에,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내 사후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처제와 사실혼 관계로 사는 내용 역시 국내 정서와는 반하는 설정이다.
담고 있는 메시지 역시 지나치게 방대하다. 마히토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책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눈물 쏟아가며 푹 빠져 읽는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그는 함정인 걸 알면서도 왜가리를 따라나선다. 나츠코마저도 갑작스럽게 사라진 상황에서, 마히토는 어머니를 만나고 나츠코를 구해내기 위해 기꺼이 이세계로 향한다. 이세계는 말 그대로 특이하다. ‘나를 배우는 자는 죽는다’라고 적힌 무덤의 문이 있고,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많은 세상이다. 시간선 역시 멋대로 흩어져 있다. 진실한 사람에게는 죽음의 냄새가 풍긴다 하고, 넘실대는 물살은 곧 저주의 바다로 불린다. 절대로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거나, 산실에 출입하면 안 되는 등 터부(금기)가 존재한다. 악의 없는 왕국을 표방하지만 악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다.
작품이 은유하는 게 많은 데다 현학적인 표현들이 넘실대다 보니 난해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기존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따뜻한 인간미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이해가 곧장 되지 않는다.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건 아니다. 배경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여러 소재가 서로 겉돌면서 몰입을 방해한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서 그대들은 악의 없이 살길 바란다는 건가?’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도 이 의문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지루한 작품은 아니다. 상영시간이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마음에 맺히는 묵직한 한 방은 없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소외됐던 소년이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하기엔 마냥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나츠코가 가진 고민 역시 불륜을 연상케 하는 그의 기본 설정으로 인해 크게 공감하기 어렵다. 관객 입장에서 쉽게 이입할 대상이 없다 보니 집중력 역시 흩어진다. 과거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볼 수 있던 마스코트 캐릭터가 잠시나마 보는 맛을 더하긴 한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히사이시 조의 피아노 선율은 역시나 좋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그림체에서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다. 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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