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의 삼성바이오'…'분기 매출 1조' 업계 새 역사

이춘희 2023. 10. 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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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매출 3조 이어 연이은 금자탑
글로벌 경기 위축에도 나홀로 성장 지속
'단일 기준 세계 최대' 4공장 효과 본격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기 매출 1조라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 역사를 썼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 가동의 효과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 위축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6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340억원, 영업이익 3185억31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이 18.4% 성장하면서 시장 예상치 9609억원을 넘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사상 첫 분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업계에서는 연 매출 1조원만 넘어도 대형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 매출 3조원을 업계 최초로 넘어선 데 이어 1개 분기 매출 1조원이라는 금자탑을 연이어 달성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지만 시장에서 예상했던 2889억원은 웃도는 실적을 냈다.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도 2조6211억원에 달하며 회사 측은 올해 연 매출로 전년 대비 20% 성장한 3조6016억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1월 매출 가이던스로 10~15% 성장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4월 가이던스를 15~20%로 재차 올렸고, 지난 4일에는 다시 이를 2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1조5817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3·4분기에 각각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 속에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누적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성장한 763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별도 기준으로도 3분기 들어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한 88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역시 3816억원으로 23% 성장했다. 회사 측은 장기 대규모 위탁생산(CMO) 계약 기반의 견고한 수주 물량, 1~3공장의 운영 효율화에 더해 지난 6월 완전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의 매출 반영 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43.2%에 달하는 분기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춘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 같은 성장은 글로벌 CDMO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독보적인 행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종료로 인해 전방 산업인 바이오벤처들의 연구·개발(R&D)이 위축되면서 초기 CDMO가 감소하고,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이 이뤄지며 백신 생산이 줄면서 글로벌 주요 CDMO 기업들은 대부분 가이던스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같은 리스크가 전혀 없는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톱 20 빅 파마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이들 중심으로 이미 상업화 단계의 의약품을 대량으로 CMO하는 게 메인 수주 전략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화이자, 노바티스 등 빅 파마와 계약 기간이 6~7년에 달하는 대규모 장기 CMO 계약에 성공하며 연간 수주액 2조7260억원을 돌파해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바이오텍 고객이 있으나 주 고객은 빅 파마로 초기 단계의 세포·유전자 개발 업체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한다"며 "주 고객인 빅 파마의 생물학적 제제 제품 생산 아웃소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백신 생산 역시 모더나의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완제의약품(DP) 생산과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의 mRNA 백신 후보물질 원료의약품(DS) 생산 정도 외에는 이뤄지지 않아 기저 효과가 없는 안정적 성장이 가능해졌다.

생산력·플랫폼 확충까지 지속 성장 추구…에피스도 시밀러 개발 한창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생산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착공한 5공장은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5공장의 생산능력 18만ℓ가 추가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용량은 78만4000ℓ로 '글로벌 1위 생산력'을 이어갈 전망이다. 추가로 5공장과 동일 용량의 6~8공장 건설을 통해 2032년까지 총 132만4000ℓ까지 생산용량을 늘린다는 계획도 공개한 상태다.

플랫폼 확충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글로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중 하나인 항체·약물 접합체(ADC)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내년 중 상업 생산 개시를 목표로 ADC 의약품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한편 삼성물산과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차세대 ADC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에임드바이오와 스위스 소재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 등에 투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공장 건설현장(왼쪽) 및 ADC 생산시설 조감도[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분기 매출 2621억원, 영업이익은 4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37% 줄었다. 회사 측은 "지난해 3분기 미국 제품 허가 마일스톤 수령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 등"의 요인이 있었다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 심화에도 기존 제품 판매량 확대,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연간 분기별 실적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총 10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한 상태로 '아일리아(SB15)', '프롤리아(SB16)', '스텔라라(SB17)' 등 블록버스터 약물들의 바이오시밀러도 최근 유관 학회에서의 연구 데이터 발표를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동등성을 입증한 상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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