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켓 고성 금지' 신사협정에…"물개박수 금지" 빠진 이유

정용환 2023. 10.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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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대 당을 향한 고성이나 야유 등을 금지하도록 한 ‘여야 신사협정’ 체결엔 윤석열 대통령의 오는 31일 국회 시정연설을 성사시키겠다는 각 당 원내대표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걸로 파악됐다.

9월 27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새로 선출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만나 남국정감사 등 국회 일정 등에 대한 점검 및 상호 협조 등을 논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2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24일) 동시에 발표한 ▶국회 본회의장 및 상임위회의장 내 정쟁성 피켓 금지 ▶국회 본회의장 연설 때 상대 당에 대한 고성·야유 금지 등 신사협정은 지난달 2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서 처음 제기됐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달 국회의장 주재 회동 때 홍 원내대표가 피켓과 고성을 멈추도록 하자면서 또 ‘대통령이나 여야 대표 등이 본회의장서 연설할 때 각 당이 중간중간 박수 세례를 유도하고 의원들이 물개박수를 치는 행동도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당시 총 3개 사항에 대해 협의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제안한 사람은 홍 원내대표지만,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인 건 김진표 국회의장이었다. 김 의장은 지난 23일 양당 원내대표를 각각 따로 불러 접견할 때 이를 먼저 언급하면서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 의장 측은 “의장께서 양 원내대표에게 당초 제안을 보다 구체화하고 양당이 합의 하에 추진해나가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취지를 최대한 잘 살려서 가능하면 이 기회에 입법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해보라고까지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장의 요청을 양당 원내대표가 즉각 수용해 바로 다음 날 신사협정을 발표할 수 있게 된 데는 오는 31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23일 두 원내대표가 오찬을 겸해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출석 여부를 두고 고심이 깊다고 한다. 연설 도중 야당 국회의원들이 고성을 지르거나 야유를 할까 봐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여권의 우려가 공유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야당 관계자는 “여권의 우려를 전해 들은 홍 원내대표가 윤 원내대표에게 여야 신사협정을 체결하자고 재차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홍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에게 “대통령께도 그런 걱정을 하실 필요가 없고, 본회의장에서만큼은 야당이 예를 갖춰 예우하겠다고 전달해달라”며 “오늘 내로 당 지도부에 신사협정 추진을 보고해 답을 얻어오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두 원내대표는 오찬 회동 직후 각 당에 돌아가 이 사실을 보고했고, 같은 날 오후 최종적으로 협정을 체결하게 됐다.

여야는 다만 당초 함께 제안됐던 ‘연설 도중 박수 금지’ 안을 이번엔 제외하고 추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국회 관계자는 “대통령 시정연설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보니 국회가 ‘연설 도중 박수’까지 금지하도록 협의하는 것은 자칫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겠다는 사정을 고려해 이번 협정에선 정쟁성 피켓 및 고성·야유 정도만 금지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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