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순위 과제는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의 부활

이준목 2023. 10. 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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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다음 시즌 롯데 성적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떠올라

[이준목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한동희는 한때 '이대호의 후계자'로 꼽혔던 선수다. 한동희는 2018년 1차 지명 입단 때부터 거구의 거포 3루수, 경남고-롯데 직속 선후배라는 점에서 이대호와 자주 비교대상이 됐다. 심지어 이대호 본인도 자신의 뒤를 이을 롯데의 차기 4번타자로 한동희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실제로 한동희는 2022년까지만 해도 순탄하게 성장하는 듯 했다. 사실상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잡은 2020년부터 3년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총 48홈런 201타점으로 잠재력을 드러냈다. 특히 2022시즌에는 홈런 14개에 규정타석 첫 3할 타율까지 달성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023시즌에는 이대호가 은퇴하면서 한동희가 그 뒤를 이어 롯데 중심 타선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한동희의 2023시즌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총 108경기에 나서 타율 2할2푼3리(319타수 71안타) 5홈런 32타점 OPS .583으로 풀타임 주전이 된 이래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심지어 수비력마저도 최악이어서 3루와 1루 어디에도 세우기 힘든 수준이었다. 결국 시즌 후반기에는 선발에서 자주 제외되면서 주전 자리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까지 내몰렸다.

롯데는 시즌 초반 9연승을 내달리며 5월 중순까지 선두를 달리는 등 선전했으나 여름들어 추락하면서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치며 6년연속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었던 중심타선의 파괴력이 아쉬웠다. 롯데는 올해 팀홈런 9위(69개), 장타율 8위(.362)에 그쳤다. 

또한 한동희는 올시즌 부진으로 태극마크와 병역혜택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더 뼈아프다. 한동희는 당초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기회를 날려버렸다. 한동희가 KBO리그 거포 유망주와 국가대표팀 주전 3루수를 놓고 경쟁자로 꼽히던 노시환(한화)이 올해 홈런-타점 2관왕을 차지하며 재능을 만개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것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올시즌 한동희의 예상치 못한 부진 이유는 기술적-심리적 문제가 얽혀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시즌 초에는 장타력과 발사각 개선을 위하여 타격폼을 변경한 것이 오히려 스윙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막 한달만에 타격폼을 원상복귀했음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부진에 대한 자책, 타순 변경과 2군행, 팬들의 비판 등 외부의 시선이 주는 압박감에 쫓기면서 '마인드컨트롤'에 실패한 것이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한동희의 부진이 부상이나 자기관리 등의 구설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동희의 잠재력과 워크에식은 코칭스태프나 전문가들도 모두 호평하는 부분이다. 올시즌 부진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한동희의 부활에 높은 기대를 거는 이유다.

최근 롯데는 김태형 감독 체제로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25일 경남 김해 상동에 위치한 롯데 2군 구장에서 1, 2군 선수단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상견례를 진행했다.

여기서 김태형 감독은 "경기를 할 때는 확신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스스로 강해져야 상대를 이길 수 있다. 실력이 상대보다 좋아야 다른 팀을 이기는 것이다. 선수 본인이 느껴야한다. 성적은 올라갈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내년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자"며 선수단에게 강조했다. 올시즌 유난히 혹독한 슬럼프를 겪었던 한동희에게는 더욱 마음에 와닿을만한 이야기였다.

이날 김태형 감독은 롯데 선수단이 도열해 한 사람씩 악수를 하는 자리에서 유독 한동희의 볼만 살짝 어루만지기도 했다. 가벼운 스킨십이지만 김태형 감독이 한동희에 대한 기대를 은근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김태형 감독은 두산 시절 7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일궈내며 2010년대 중반 '두산 왕조'를 구축한 주역이다. 특히 김 감독은 부임 첫해 전시즌 포스트시즌진출에 실패했던 팀을 빠르게 재정비하여 우승권 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선수를 보는 안목이 남달랐던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 허경민, 박건우(NC) 오재일(삼성) 등을 중용하며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낙점했다. 이들은 모두 김태형 체제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바 있다.

2015년의 두산처럼, 2024년을 바라보는 롯데도 스텝업이 필요한 유망주들이 많다. 올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윤동희와 김민석을 비롯하여 최준용, 김진욱, 윤성빈, 나승엽, 손성빈 등은 장차 롯데의 미래를 이끌어나가야할 선수들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한동희의 부활은 롯데의 재건을 위하여 다음 시즌 가장 시급한 과제 1순위로 꼽힌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한동희의 재기를 바라는 좋은 멘토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선배인 롯데 레전드 이대호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한동희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탁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어 "분명히 포텐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이고 한동희만큼의 파워와 기량을 갖춘 선수는 롯데에 없다. 앞으로 롯데의 4번타자가 되어야 할 선수는 한동희"라고 강조하며 후배에 대한 애정어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한동희는 최근 이대호로부터 겨울에 함께 훈련할 것을 제안받았다는 사실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이대호로부터 노하우를 직접 일대일로 전수받을 수 있는 코칭 기회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수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응원하는 한동희의 부활은, 바로 다음 시즌 롯데의 성적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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