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젖소의 유산 유발하는 '반전성열체' 유전 마커 확인"

유창재 2023. 10. 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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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깨우는 발견] 젖소(홀스타인)의 자연유산, 유전적 원인 밝혀

[유창재 기자]

 대표적인 홀스타인 씨수소 혈통인 치프(Pawnee Farm Arlinda Chief).
ⓒ 농촌진흥청 제공
 
젖소에서 자연 유산을 유발하는 선천성 기형(반전성열체)의 원인이 되는 유전 마커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확인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처음 확인된 연구 결과다.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국립축산과학원(원장 임기순)은 25일 "'동물 유전정보 공개 데이터베이스(OMIA ; Online Mendelian Inheritance in Animal)'에 등록된 유전질환 관련 정보 135종 중 젖소(홀스타인)에서 사산율 증가와 수태율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된 유전 마커(HH1)의 유전자형과 '반전성열체(Schistosomus reflexus)' 개체의 유전자형이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참고로, OMIA는 호주 시드니 대학에서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135종 이상의 동물에 대한 유전 질환, 연관된 유전자 혹은 유전좌위 정보를 제공(www.omia.org)하고 있다. 또한 유전 마커(HH1)는 홀스타인 소에서 유산 발생 연관 치사유전자인 APAF1 유전자 내부에서 나타나는 염기변이를 말한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은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협업해 '반전성열체' 증상을 보이는 젖소 개체의 근육 시료를 확보했다. 

'반전성열체'는 주로 소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선천성 증후군이다.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못하고 유산되지만, 유전적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증상으로는 내장 돌출, 척추와 등에서 흉추골의 현저한 만곡, 골반 변성 등을 보이는 선천성 기형을 나타낸다. 

그리고 연구진은 유전자형 변이 정보를 생산하고, OMIA와 비교 분석했다. 그동안 학계에는 'HH1 유전 마커'의 경우 정상 젖소에서 G/G 유전자형이, 유·사산 젖소의 경우 A/A 유전자형이 나타난다고 보고돼 있다. 

비교 분석한 결과, 이번 연구에서 수집한 '반전성열체' 개체는 A/A 유전자형임을 알 수 있었다. 즉, 기존 HH1 유전 마커의 A/A 유전자형 젖소의 유·사산 발생 원인이 '반전성열체' 증후군임을 밝힌 것이다.
     
▲ 국립축산과학원 홀스타인 보유축에 대한 HH1 변이 빈도 결과 정상인 젖소 1,142마리의 유산을 유발하는 반수체형 HH1의 유전자형은 정상(G/G)이 1108, 보인자(A/G)가 30 그리고 정보 없음(./.)이 4개로 확인이 되었고 전체적인 빈도로는 G 대립유전자가 98%, A 대립유전자가 1% 이었다. 이 결과를 통해 현재 축산과학원에서 사육되는 젖소에서의 유산을 유발하는 반수체형 HH1의 A 대립유전자는 선발을 통해 빈도를 줄이는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농촌진흥청 제공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1960년대 미국 내 대표적인 홀스타인 씨수소 혈통인 치프(Pawnee Farm Arlinda Chief)는 육종 역사상 번식력이 가장 뛰어났다. 그러나 유산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유전자 'APAF1'를 가졌다는 점을 몰랐던 농장주들은 뛰어난 번식력을 이유로 이 소의 정액으로 인공수정을 했다. 결국, 3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50만 건(손실액 약 4억2천만 달러)의 자연유산을 초래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경우 젖소의 송아지 유·사산 관련 정확한 개체에 관한 통계가 보고된 바는 없지만,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포유류 질병 진단 실적을 참고하면, 소의 유·사산 건수가 ▲2020년 158건 ▲2021년 167건 ▲2022년 148건으로 집계됐다. 보고되지 않은 유·사산 수를 감안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OMIA 데이터베이스 비교 분석 결과 32개의 유전병과 비교한 결과, 기존에 OMIA 데이터베이스에 젖소의 치사유전자라고 보고된 유산을 유발하는 반수체형 HH1(Chip ID: ilmnseq_rs448942533-148_B_F_2604252564, APAF1)에 열성 유전자형 (A/A)를 발굴하였으며, 나머지 31개의 유전 질병에서는 정상 인자를 보였다.
ⓒ 농촌진흥청 제공
조용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한 유전 변이는 우리나라 홀스타인 젖소 집단의 개량 및 번식에 적용해 송아지 유·사산에 의한 농가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우리나라 고유자원인 한우에서 나타나는 유·사산 관련 유전병에 대한 원인 구명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원철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연구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젖소든, 한우든 개량을 할 때 소의 정보를 담은 칩(chip)을 찍는데, 칩 안에 이같은 유·사산 정보를 넣음으로써 번식할 때 유전질환을 가진 암소와 숫소를 배체해 교배시키면 유전질병이 안 걸린 송아지를 태어날 수 있게 할 수 있다"면서 "유산이 걸릴 확율을 떨어뜨리고, 결국 농가의 피해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젖소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서 유전적으로 유·사산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산업재산권 출원을 마쳤으며,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IF=3.471)>에도 게재돼 산업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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