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 물가상승률 매달리나…긴 고금리가 부른 '골대 이동론'
2%,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은 물가상승률이다. 이 수치에 도달하는 시기가 2026년(Fed 전망)으로까지 점쳐지자 목표 자체에 대한 의문부호도 생겨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목표에만 매몰됐다간 긴축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2%라는 ‘인플레이션 목표’ 개념이 등장한 건 1989년 뉴질랜드다. 뉴질랜드가 물가안정(1990년 7.6%→1991년 2.2%)에 성공한 이후 현재 70여 개국이 이 같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중 2%라는 단일 목표치를 가진 나라는 미국과 유로존‧영국‧노르웨이‧스웨덴‧일본‧한국이다. 인플레이션 목표 범위를 설정하거나(호주 2~3%‧이스라엘 1~3% 등) 중심치에서 어느 정도 변동 폭을 허용하는 경우(캐나다‧뉴질랜드 2%±1% 등)에서도 ‘2’라는 숫자의 영향력이 드러난다.
그러나 최근 들어 ‘2%가 너무 낮은 건 아니냐’하는 의문이 나온다. 고물가‧고금리가 고착화하면서 가계와 기업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경기 침체 가능성도 키운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경제를 짓누르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고비용 구조로 인한 고물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목표 수정론의 근거로 거론된다.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라 주요 국가는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의 생산시설을 국내로 돌리는 리쇼어링 정책 등을 확대하고 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생산공장이 소실되면서 값싼 노동력 활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미국에선 리쇼어링을 통한 생산 내재화에 따른 비용 상승이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창 물가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를 바꿔버리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앙은행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물가목표를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해당국의 통화가치가 절하돼 교역 상대국이 경쟁적으로 평가절하에 나서는 등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라는 숫자가 정교한 이론 하에 등장한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통화정책이 발전하면서 비교적 잘 정착된 면이 있다”며 “경제 참여자들의 기대와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기대가 수렴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수치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저물가‧저금리 기조로부터 시장의 레짐(체제) 자체가 변하는 시점이라 정책을 수선하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면서도 “물가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뒤 내년 잭슨홀 미팅쯤 논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 중립금리 추정치가 올랐다는 가정 하에 물가상승률 목표까지 오르면 금리 수준이 구조적으로 높아지고, 이는 미 정부의 재정 적자 부담을 더 키운다는 점에서 (물가상승률 목표 상향이)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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