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의대정원 확대 파장‥이공계 학과도 살려야 한다

2023. 10. 2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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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의대 입학정원의 파격적인 확대에 따른 이공계 대학의 혼란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과 기형적인 약대 입시의 준비기관으로 전락했던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의 입장이 몹시 난처하다.

전국의 4년제 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37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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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에 비상이 걸렸다. 신입생 확보부터 쉽지 않다.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인 SKY 대학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도 탈락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재학생 중 2131명(2.8%)이 탈락해버렸다. 올해 수능에서는 N수생이 9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덩달아서 편입생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과학기술 인력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처음부터 믿을 것이 아니었다. 과학자에게는 연구개발비를 나눠 먹는 ‘약탈적 이권 카르텔’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고, 국가연구개발 예산도 5조2000억 원(16.6%)이나 삭감됐다. 중이온 가속기의 정상적인 가동도 불투명하고, 우주 개발의 꿈도 당분간 접어야 할 모양이다. 기초과학과 출연연도 카르텔의 직격탄을 맞았다.

요란한 반도체 계약학과로는 이공계를 살릴 수 없다. 사실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길을 걸으라고 권하기가 도무지 민망한 형편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내년에는 의대의 입학정원이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대학은 의대 증원에 대응할 여력을 잃어버렸다. 교육부가 밀실에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개혁' 과제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에 영혼을 모두 빼앗겨버린 탓이다.

의대 입학정원의 파격적인 확대에 따른 이공계 대학의 혼란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과 기형적인 약대 입시의 준비기관으로 전락했던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의 입장이 몹시 난처하다. 과연 연이어 밀어닥치는 의대행 '막차' 열풍을 온전하게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공계의 기초학과는 이미 심각한 존폐 위기에 빠져 있다. 전국의 4년제 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37개뿐이다. 화학과도 44개만 남았다. 지난 10년 동안 없어진 물리학과가 9개교나 되고, 사라져 버린 화학과가 무려 37개교에 이른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부의 갈팡질팡 개혁 요구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중하위권 대학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대에 218명 정원의 첨단융합학부가 신설되고,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은 817명이나 늘어난 상황이다. 100만 명을 넘었던 수능 응시자가 이제는 4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문·이과의 모든 학과가 신입생 확보를 위해 더욱 심각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지방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에 따라 문을 닫게 될 수밖에 없다. 사립대 폐교에 따른 대학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전국적인 의사 부족 문제가 절박한 것은 분명하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의대의 입학정원을 18년 동안이나 꽁꽁 묶어두었던 것도 합리적인 선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의대 증원으로 의료계의 모든 문제가 당장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순한 의대 증원보다 의료 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의사협회의 요구는 단순히 집단 이기주의가 절대 아니다. 교육부의 '자유전공학부' 발언도 이공계 대학 교육이나 의사 부족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이공계 대학 교육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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