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인스타에 방출 위기…'다원주의' 이스라엘 축구팀 발칵
디아 사바(30)는 이스라엘 축구팀 마카비 하이파의 스타 선수 중 한 명이다. 아랍인·유대인·기독교인 선수가 함께 뛰어 '다원주의 팀'으로 불리는 마카비 하이파는 최근 3년간 이스라엘 1부 리그(리갓 하알) 우승을 거머쥔 강팀이다. 아랍계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난 이스라엘인 사바는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포워드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1월에는 향후 3년 반 동안 소속팀에서 계속 뛴다는 계약도 맺었다.
그의 축구 인생은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7일 새벽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이후 흔들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의 기습 며칠 뒤 사바의 아내가 쓴 SNS 글이 몰고 온 파문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아내 나르민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가자 지구 주민의 희생을 언급하며 "사망자 중 어린이도 있었다"는 애도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자 분노한 유대인 팬들이 사바의 SNS를 찾아가 "왜 하마스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이스라엘 사망자 1400명 가운데 하이파 팬이 최소 44명일 것이란 '깨알 지적'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사바가 나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아내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선의로 전한 것"이라면서도 "그녀가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노한 팬들은 구단에 사바의 방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단도 사바를 감싸지 않을 듯하다. 구단 관계자는 WP에 "팬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전직 하이파 선수였던 야니브 카탄도 한 방송에서 "사바는 우리 팀 셔츠를 다시는 입지 말아야 한다", "터키나 카타르로 가라. 거기라면 당신을 환영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전 국회의원이자 유명 축구평론가인 주헤이르 바흐룰은 WP에 "이스라엘 유대인 축구 팬들은 사바 같은 아랍 선수들이 테러 공격을 비난하지 않거나, 유대인이 아닌 팔레스타인인 희생자에게 더 많은 동정심을 보이면 분노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P "이·팔 공존 무너져…축구팀조차 와해 조짐"
사바 부부를 둘러싼 논란은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에서 유지됐던 공존 관계가 무너진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포츠계뿐 아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기습 이후 이스라엘의 한 중등학교에서는 아랍인 교사가 '팔레스타인의 눈'이라는 SNS 계정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런 사회 분위기 탓에 인종·종교적으로 통합된 축구팀조차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든 이스라엘 축구팀이 다양성을 수용한 건 아니다. 베이타르 예루살렘의 경우, 87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아랍 선수를 영입한 적이 없다. 반면 마카비 하이파는 인구 구성이 다양한 항구도시 하이파를 기반으로 해 인종·종교적 배경이 다양한 선수들을 영입했고, 그 덕에 다양한 배경의 팬들을 거느릴 수 있었다.
한편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스포츠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선수들에게 종교·정치적 신념을 강요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랜 기간 마카비 하이파의 서포터로 활동한 잇샤크 하버만은 WP에 "아랍계 선수들에게 (하마스에 대한) 비난을 요구하는 팬들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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