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당 강경·중도파 상호 '비토' 대결 …3번째 의장 후보도 낙마
미국 공화당의 세 번째 하원의장 후보자마저 당내 소수 강경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낙마했다. 공화당은 중도파 후보 대신 다시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를 네 번째 의장 후보를 내세우기로 했지만, 당내 내홍이 격화되면서 지난 3일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으로 시작된 하원의 공전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이다.
공화당은 24일(현지시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장에 도전한 8명 중 톰 에머(62) 원내 수석부대표를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5차까지 가는 경선에서 에머 의원은 공화당 의석 221명 중 과반(111명)인 117표를 얻어, 97표에 그친 마이크 존슨(51) 의원을 눌렀다.
현재 공화당은 433석인 미국 하원 의석의 과반인 217석을 넘는 221석을 확보하고 있다. 자당 의원들이 표를 모을 경우 어렵지 않게 당내 경선을 통과한 후보가 의장에 당선되는 구조다. 그러나 에머 의원은 공화당 후보가 되고도 본회의 표결 전에 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 내에서 자신을 비토하는 세력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머 의원은 공화당 후보로 선출된 뒤 실시된 당내 찬반 투표에서 20명 이상의 반대표를 얻어 전체 하원 의석의 과반인 217표 득표에 실패했다. 본회의 표결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에머 의원은 즉시 의장 후보직을 사퇴했다.
공화당은 에머 의원의 사퇴 직후 한밤 비공개 의총을 열어 에머 의원에게 밀렸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을 4번째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존슨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일부 이슬람 국가 출신자들의 이민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지지를 표한 대표적 친(親)트럼프 성향의 보수 인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한 뒤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벌였던 시도에도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존슨 의원 역시 의장으로 최종 선출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화당은 매카시 전 의장의 해임 이후 중도파와 강경파가 번갈아 의장 후보를 내 왔지만, 각 진영을 대표한 후보들은 매번 반대 진영을 설득하지 못하고 사퇴했다.
공화당 내 중도파는 당초 매카시 전 의장 체제에서 2인자 역할을 했던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를 첫 의장 후보로 내세웠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를 돕는다’는 명분 등으로 맥카시 전 의장을 미국 의회 역사 최초로 해임시키는 데 성공한 당내 소수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가 반기를 들었고, 결국 스컬리스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 전 사퇴했다.
스컬리스를 주저 앉힌 강경파들은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인 짐 조던 법사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웠는데, 이번엔 당내 중도파들이 반기를 들며 의회 본회의 표결을 3차례 부결시켰고, 결국 조던 위원장도 스스로 물러났다. 이날 사퇴한 에머 의원은 맥카시 전 의장 체제의 3인자로 꼽혔던 중도파로, 이번에도 이번에도 강경파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 의장 후보자 선출 과정이 사실상 공화당 내 강경파와 중도파 간의 상호 ‘비토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네 번째 후보자인 존슨 의원 역시 당선을 낙관할 수 없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특히 하원 의장 선거가 사실상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공화당 내 주도권 경쟁과 연계되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내홍이 오히려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공화당 강경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머 수석부대표가 당내 후보로 뽑힌 직후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전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에 닿지 못하는 인물”이라며 그를 비난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 글 외에도 자신의 측근에게 직접 “그는 끝났다. 내가 그를 끝장냈다(I killed him)”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러한 강경파 내 기류를 확인한 에머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보낸 직후 후보직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공화당의 내분으로 하원의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필요한 1050억 달러(약 141조원)대의 ‘안보 예산안’ 처리는 계속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또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의 효력이 끝나는 11월 중순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또다시 셧다운 위기에 봉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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