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휴대폰 훔쳐 중국·필리핀 빼돌린 일당… 4~5단계 거친다
지하철 취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해외로 빼돌린 일당 13명이 검거됐다. 술에 취해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거나 옆에 놔둔 사람이 이들의 표적이 됐다.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지하철 승강장 취객의 휴대전화를 훔쳐 팔아넘기고 이를 사들여 해외로 빼돌린 일당 13명을 검거해 8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물업자인 70대 여성 A씨는 올해 3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전문 절도범들으로부터 도난 휴대전화를 사들였다. 이후 이를 40대 남성 B씨에게 넘겨 약 1860만원을 챙긴 혐의(장물취득)를 받는다.
B씨는 넘겨받은 휴대전화를 40대 남성 장물업자 C씨에게 넘겼고 C씨는 이를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 빼돌리거나 직접 필리핀으로 건너가는 방식으로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도부터 해외 반출까지 4~5단계를 거친 것이다.
C씨는 휴대전화 거래 대금 약 1억80만원을 40차례에 걸쳐 B씨에게 계좌로 송금했고 B씨는 다시 A씨에게 돈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일당 13명은 모두 관련 전과가 있었다. A씨는 기존에 거래하던 베트남인 장물업자 총책이 잡히자 B씨와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당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새벽 시간대 서울, 수원 등지의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나 주거지에서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증거인멸을 위해 텔레그램으로 운반책에게 연락하고 창고에 장물을 던지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검거에 대비해 유심을 제거하기 위한 핀을 지니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C씨와 연계된 해외 장물 조직은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 공기계로 만들기 위해 '애플 고객센터'를 사칭하기도 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분실한 피해자가 같은 번호로 다른 휴대전화를 구해서 쓴다는 점에 착안, '분실한 휴대전화에 다른 사람이 접속해 연락처가 동기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빼내기도 했다. 경찰은 해외 장물 조직이 이렇게 잠금이 풀린 공기계를 재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피해자는 51명이다. 대부분 지하철 승강장 등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휴대전화를 손에 들거나 옆에 뒀다가 절도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일당을 검거하면서 현금 469만원과 휴대전화 18대, 장부 등을 압수했다.
앞서 경찰은 올해 7월23일 구속한 휴대전화 절도범 김모씨를 수사하다가 A씨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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