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20년 역사 돌아보니…스타에서 시작 ‘롤’이 개화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0. 25. 11: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0일 ‘리그 오브 레전드’의 공식 파트너로서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e스포츠 이벤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한국은 e스포츠를 태동시킨 국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게임 대회’는 꾸준히 열리고 있었다. 다만 이는 게임사가 몇몇 게임을 잘하는 이용자를 모아 대결을 붙이는 이벤트성 경기였다. 취미로 즐기던 이들이 실력을 뽐내는 이른바 아마추어 대회 수준이었다. ‘게임에만 전념하는 프로게이머들이 모여 계속해서 대결을 펼치는 e스포츠’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시작은 1998년이다. 그해 블리자드가 내놓은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붙는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기 위해 전국에 PC방이 줄줄이 세워졌고, PC방을 중심으로 ‘스타크래프트 최강자’를 뽑는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1999년 5만달러 상금을 내건 스타크래프트 스포츠 서울컵이 열리면서 비로소 ‘e스포츠의 시초’로 불릴 만한 대회가 탄생했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등장하고, 이들이 활약하는 2개 스타 리그 인기가 치솟았다. 이들의 활약에 주목한 한국 정부는 2000년 e스포츠 리그 창설과 관리를 목적으로 한 조직 KeSPA를 본격 창설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활성화되면서 국내에서 e스포츠 열기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 부산 광안리에서 열린 스타 리그 결승전마다 관중 10만명이 몰릴 정도였다. 임요환, 홍진호, 이영호, 이제동 등 인기 스타도 대거 등장했다. 홍보 효과를 확인한 삼성전자, SKT, CJ, KT 등 기업들은 연달아 팀을 창설하며 리그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e스포츠 진흥법을 제정하며 제도적으로 리그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한국 e스포츠 산업은 2010년대 들어 암초를 만났다. 프로게이머들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관중이 급감한 데 이어, 게임 개발사 블리자드와 KeSPA의 갈등으로 스타크래프트 2 리그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 앞다퉈 팀을 만들었던 기업들은 팀을 해체하며 e스포츠 판을 떠났다. 블리자드가 야심 차게 내놓은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위기에 처한 한국 e스포츠를 구한 것은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LoL’이었다. 2009년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12년부터 한국 최고 인기 게임으로 등극했다. 자연스레 LoL을 중심으로 하는 e스포츠 리그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SK텔레콤 T1이 롤드컵에서 우승하면서 LoL 프로 리그 인기가 급격히 높아졌다. 2015년 라이엇게임즈가 KeSPA 연계팀과 제휴, 프랜차이즈 리그인 LCK(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리그를 도입하면서 한국 최고 e스포츠 리그로 자리 잡게 됐다.

LCK 흥행에 힘입어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 e스포츠 산업은 기존 프로 스포츠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방송 플랫폼 다양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LCK가 인기를 끌 무렵부터 스트리밍 시장이 급성장했는데, 덕분에 e스포츠도 함께 커졌다. 트위치, 아프리카, 유튜브 등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영역을 넓히며 e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늘었기 때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e스포츠 시청자가 경기 시청 시 이용하는 기기는 PC(40.6%), 스마트폰(37.1%), 노트북(11.7%) 순이었다. 모두 동영상 플랫폼 시청에 최적화된 기기들이다. 방송 송출 채널 확대는 시청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게임을 기반으로 한 e스포츠 리그도 활성화 조짐을 보인다. e스포츠 형태 자체는 한국에서 만들었지만 배경이 되는 게임은 모두 외국 게임사가 만들었다.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 모두 미국 게임사다. 넥슨이 카트라이더 리그 등을 열며 국내 게임 e스포츠 리그 활성화에 나섰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반전 계기를 연 게임사는 크래프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배틀그라운드’를 토대로 한 e스포츠 리그를 만들며 세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만 리그에 참가하는 팀 숫자가 13개다. 가장 인기가 많은 LoL과 동일하다. 크래프톤이 주최하는 배틀그라운드 세계 대회인 ‘PUBG 글로벌 시리즈 2’는 상금이 200만달러에 달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기반인 ‘PUBG 모바일 월드 인비테이셔널’은 상금이 300만달러로 더 크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LoL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공식 종목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