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보려다 자칫하면 ‘독’만…미디어라는 양날의 검 [지역 살리는 예능②]

박정선 2023. 10. 25. 11:0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역과의 상생을 모토로 하는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역할은 분명하다.

지역 상생 예능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종원 손 탄 '예산시장' 올해 방문객 200만명 돌파
15년간 장사하던 상가들 건물주에 퇴거 요청 받아
"갈등 부추기는 예능 위험...상생 위한 정직한 경쟁 필요"

지역과의 상생을 모토로 하는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역할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와 함께 부정적 측면도 동반된다. 지역 시장을 소개하고 홍보함으로써 그 지역의 경제, 그 중에서도 작은 지역 사업체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백종원 유튜브

지역 상생 예능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다. ‘골목식당’은 방송 당시 백종원의 손길을 거친 대부분의 식당들은 맛집으로 소문나며 방송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방송에 출연한 식당들의 인기는 골목 전체 상권의 활성화를 이끌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백종원은 ‘골목식당’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백종원 시장이 되다’ ‘님아 그 시장을 가오’ 등의 코너를 통해 지역 곳곳의 시장을 알리고 있다. 그중 예산시장은 경우 깨끗한 신식 시설로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들로 가득 채워지면서 ‘핫플’로 거듭났다. 예산군에 따르면 올해 이 곳에는 약 200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방송 출연 이후 오히려 이전만큼도 못한 상황을 맞는 경우도 있다. 방송을 통해 처음 개선됐을 때의 맛이나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태도, 청결도 등을 유지하지 못해 애써 찾아간 손님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곳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식당의 장사가 흥하고, 동네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를 올려받기 위해 식당 주인들을 쫓아내는 건물주들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당장 예산 시장만 하더라도 초심을 잃은 일부 상인들의 불친절한 서비스와 바가지 상혼이 불만을 샀다. 또한 15년간 장사하던 통닭집을 비롯한 다수의 상가들이 임대인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백종원 유튜브

부동산 플랫폼 디스코에 따르면,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예산시장 내 상가 실거래 가격은 34㎡가 7000만원(지난해 5월)에, 33㎡는 4000만원(2017년 7월) 수준이었다. 백 대표의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것이 올해 1월이었던 만큼, 최근 실거래 내역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예산시장 상가 매매 가격은 2년 만에 2배 가량 오른 것으로도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애초 시장 활성화로 인한 임대료 상승을 우려했던 백종원은 대응안으로 일부 상가를 직접 매입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골목식당’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해봤다. 골목에 도움을 드리겠다고 식당들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방송으로 노출하고 홍보했는데 결국 건물주들 좋은 일만 시켰다”며 “지자체에서도 일부 지역의 상가를 매입하고, 저희도 일부러 상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우리가 억지로 임대료를 못 올리게 할 수는 없지만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서 서로 억제가 되도록 했다”며 임대료 상승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만든 맛집 하나가 골목의 상권, 나아가 지역 경제까지 살리면서 힘겨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중이 원하는 ‘착한 예능’은 지나친 갈등이나 경쟁을 부추기는 것보다 상생을 위한 정직한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또 방송 출연 후 끈 인기, 긍정적 효과들을 중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방송된 ‘골목식당’ 등의 지역 상생 예능들을 통해 얻은 교훈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