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에 소개된 북한의 '색다른' 좀비 대처 방법

양형석 2023. 10. 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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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브래드 피트 제작·주연의 좀비영화 <월드워z>

[양형석 기자]

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은 '좀비영화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장화,홍련>과 <곤지암>,<여고괴담>,<알포인트> 등 완성도 높고 관객들을 만족시킨 호러영화는 꾸준히 제작됐지만 '좀비'라는 소재에는 좀처럼 접근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에서 좀비영화는 힘들다'는 인식이 굳어지던 2016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했던 연상호 감독이 115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실사 좀비영화 <부산행>을 선보였다.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 안에서 좀비사태가 벌어진다는 설정의 좀비영화 <부산행>은 전국 1157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6년 여름 시즌을 지배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부산행> 이후 K-좀비의 가능성을 발견한 한국은 드라마 <킹덤> 시리즈와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살아있다>와 <반도> 등을 통해 좀비와 관련된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물론 그 중에는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조악한 영화도 있었다).

지금은 해외 관객들이 한국의 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볼 정도로 'K-좀비'가 크게 발전했지만 아직 좀비영화의 역사와 깊이는 할리우드를 따라잡기 힘들다. 그만큼 할리우드에서는 다양한 좀비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제작이 뜸했던 좀비영화의 부활을 알리며 201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좀비영화로 꼽히는 작품은 브래드 피트가 주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하며 화제가 됐던 <월드워Z>였다.
 
 15세 관람가였던 <월드워Z>는 국내에서도 523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일반 호러물과는 다른 좀비영화의 매력

좀비영화는 살아서 움직이면서 인간을 공격하는 감염자가 등장하는 영화를 의미한다. 좀비영화는 장르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소재가 주는 매력이 확실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귀신이나 살인마가 등장하는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관객들 중에도 좀비영화를 즐겨보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할리우드에서는 1930년대부터 꾸준히 좀비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 조지 A. 로메로 감독은 '좀비영화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좀비영화계에서 절대적인 명성과 영향력을 자랑하던 인물이다. 특히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과 <시체들의 새벽>, <시체들의 낮>으로 이어지는 '시체 3부작'은 좀비영화의 바이블로 꼽힌다. 로메로 감독은 죽었다가 부활하고 걸어 다니면서 인육을 탐하고 좀비에게 물어 뜯기면 전염된다는 현대 영화 속 좀비의 개념을 처음으로 소개한 인물이다.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밀라 요보비치의 대표작 <레지던트 이블>은 엘리스라는 여전사가 좀비들을 잡는 내용의 액션 공포영화다. <레지던트 이블>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액션이 점점 화려해지면서 호러보다는 액션영화로서의 매력이 더욱 강조됐다. 2016년까지 여섯 편이 제작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한 번도 제작비 1억 달러를 넘지 않고도 여섯 편 합쳐 12억3000만 달러라는 높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레지던트 이블>의 대미를 장식하는 <파멸의 날>이 개봉한 2016년에는 나탈리 포트만이 제작에 참여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동명소설 원작의 영화가 개봉했다. 고전 로맨스 소설 <오만과 편견>의 등장인물들이 좀비를 때려 잡는다는 황당한 설정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두 달 먼저 개봉한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에 밀리며 흥행 참패했다.

훗날 <헝거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이 2007년에 만든 <나는 전설이다>도 좀비사태로 인해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톱스타 윌 스미스가 폐허가 된 지구에서 끝까지 희망을 품고 살아가며 치료제를 연구하는 군장교이자 과학자 로버트 네빌을 연기했다. <나는 전설이다>는 윌 스미스의 출연작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우울하고 정적인 영화지만 세계적으로 5억85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다.

왜 하필 좀비 바이러스의 시작이 한국이었을까
 
 브래드 피트는 <월드워Z>에서 가족의 안전을 위해 좀비의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전직 UN조사관 제리 레인을 연기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월드워Z>는 2006년에 발행된 맥스 브룩스 작가의 장편소설 <세계대전Z>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 당초 2010년 개봉을 목표로 제작에 돌입했지만 2009년 각본가가 교체되면서 전면 재촬영에 들어갔고 이 때문에 개봉이 3년이나 늦어졌다. <월드워Z>는 UN조사관 출신 제리 레인(브래드 피트 분)이 전세계에 퍼진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지와 백신,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내용의 좀비 아포칼립스 어드벤처 영화다.

<월드워Z>에서는 좀비사태 이후 제리의 목격 또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각 나라의 상황이 전달된다. 미국은 주요도시들이 좀비들에게 점령 당하고 대통령까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좀비사태를 대비해 장벽을 세워 안전지대를 만들었지만 좀비떼가 장벽을 타고 넘어오면서 좀비들에게 함락된다. 북한은 최고 지도자의 지시로 모든 인민들의 치아를 뽑아 좀비가 인민들을 물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이 시작된 곳으로 나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탈영병이 군의관을 물고 군의관이 평택 미군기지에서 군인들을 감염시키면서 좀비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는 설정이다(사실 원작소설에서 첫 감염 발생지는 중국이다).

사실 좀비영화에서는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운명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북미에서는 'R등급') 등급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월드워Z>는 북미에서 13세 미만의 어린이도 부모동반 관람이 가능한 PG-13등급, 국내에서도 15세 관람가라는 준수한(?) 등급을 받았다.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볼 수 있는 좀비영화가 됐지만 좀비영화 특유의 화끈한(?) 비주얼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당초 3부작으로 기획됐던 <월드워Z>는 1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속편 제작에 착수했다. 실제로 <월드워Z>는 속편 감독으로 브래드 피트와 세 작품(<세븐>,<파이트 클럽>,<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을 함께 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을 내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배급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투자축소를 결정하면서 <월드워Z>는 최종적으로 속편제작이 무산됐다.

한팔로도 끝까지 살아남는 이스라엘 여군장교
 
 이스라엘 여군장교 세겐은 좀비떼의 습격과 비행기 추락 등 많은 위험을 겪고도 끝까지 살아남는 생명력을 보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월드워Z>에는 브래드 피트라는 슈퍼스타가 출연하지만 반대로 브래드 피트를 제외하면 관객들에게 익숙한 유명배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미레유 에노스가 연기한 제리의 아내 카린은 UN조사관이었던 남편 덕에 두 딸과 함께 항공모함에서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카린은 남편이 이스라엘에서 좀비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소리조차 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제리에게 전화를 걸면서 본의 아니게 커다란 불행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스라엘 배우 다니엘라 케르테스는 이스라엘의 육군장교 세겐(본명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을 연기했다. 군인답게 매우 능숙하게 좀비들을 물리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좀비에게 손을 물린다. 이 때 제리가 재빨리 세겐의 손을 절단해 감염을 막고 항공기 추락과정에서도 살아남아 끝까지 생존한다. 세겐은 제리가 소음이 심하다고 사양했던 권총을 챙겨 한 손으로 유용하게 사용하면서 좀비들의 습격을 막아내는 활약을 펼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배우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던 <폭력의 국가>,<추락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 등에 출연했던 파나 모코에나는 <월드워Z>에서 제리의 친구이자 UN사무차장 티에리 역을 맡았다. 제리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제리와 가족들을 구해내고 항공모함 안에서 그들의 거처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제리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던 티에리도 제리가 행방불명된 후에는 제리 가족들이 항공모함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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