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옥중서도 '편지 엄포'…사학비리 황제 이홍하 출소에 긴장 [영상]
1000억원대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학교법인 홍복학원 설립자 이홍하(85)씨가 25일 만기 출소했다. 이씨가 설립한 대학교가 대부분 폐교된 가운데 홍복학원 산하 고등학교들은 이씨의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씨는 이날 오전 5시 휠체어를 타고 광주교도소에서 약 9년간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이씨는 출소 직후 서남대 의대 폐교나 학교 복귀 여부 등을 묻는 중앙일보 기자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승용차로 이동했다. 이날 광주교도소에는 이씨 부인과 딸이 나와 맞이했다.
홍복학원 설립자인 이씨는 전국에 대학 6곳, 고교 3곳 등을 만든 후 교비를 횡령해 2013년 4월 구속됐다. 그는 1003억원의 학교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9년6개월과 벌금 90억 원의 형을 확정받고 복역해왔다.
홍복학원 고교들, 노심초사
그는 2016년 6월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인 광주 서진여고 측에 ’서진여고 체제 변경 및 시설물 용도 변경 금지와 교내 수목 이식과 절단에 따른 원상회복 제2차 지시‘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임시 이사 체제에 따라 파견된 자들이 관리자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설립자가 엄연히 생존해 있는데 동의 없이 체제를 변경하려 한다”고 적혀 있었다. 또 교내 건축물 용도 변경이나 교내 수목을 임의 이식한 것을 원상회복 하지않을 때에는 민·형사상의 책임 등을 반드시 묻겠다는 경고도 했다.
서진여고 측은 교직원 대부분이 이씨가 학교에 복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서진여고와 대광여고 교직원 중 이씨의 친인척 5~6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사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진여고 관계자는 “설립자가 학교에 복귀하면 교사 인사 문제에 관여하거나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 구속 후 학교 정상화를 추진해온 홍복학원 이사진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홍복학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씨가 출소해 빠른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광주시교육청 안팎에선 학교 정상화를 위해서는 설립자가 학교 채무를 납부하고 다시 찾아가는 것, 재정기여자 모집, 공립화, 해산 등 4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홍복학원은 광주 대광여고와 서진여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교부채가 42억원이 넘는 등 학교 운영에 어려움 큰 상태다.
광주시교육청과 시민단체 등도 지난 2월 ‘학교법인 홍복학원 정상화 대책위원회’ 꾸리고 정상화 대책 마련 중이지만 이렇다할 대책은 세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그동안 학교 공립화와 이설, 고입 배정과 시설 개선, 이씨 출소 후 대책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2월 회의를 진행했고, 오는 12월에 조금 더 뚜렷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씨, 목욕탕 팔아 문어발식 학교 확장
1991년부터는 서남대를 비롯해 10년간 대학교 6개를 설립했다. 광주예술대(1993년), 광양보건대(1994년), 한려대(1995년), 신경대(2005년), 서울제일대학원대학(2011년) 등이다. 광주 녹십자병원을 인수한 뒤 서남대 부속병원으로 만들고 광주남광병원을 인수하는 등 병원사업에도 손을 댔다.
문어발식 학교 설립과 병원 인수는 학교법인의 재정 부실로 이어졌다. 그는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공사대금 등을 가장해 대학 4곳의 교비 898억원을 횡령했다. 자신이 설립해 운영한 건설회사의 자금 105억원을 합치면 횡령액은 총 1003억원에 달한다.
이후 대법원은 2016년 5월 이씨에 대해 징역 9년에 벌금 90억원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1998년에도 교비 409억원을 횡령해 대학 설립과 병원 인수, 자녀 유학비용 등으로 쓴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광주광역시=최경호·황희규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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