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 질주…금융채·대출 금리 연쇄 급등

유제훈 2023. 10. 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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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한도 규제 폐지와 고금리 재유치 경쟁의 여파로 은행채 순발행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기타금융채·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며 여신전문금융사·일반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하는 한편, 가계 등의 대출금리 역시 상승하는 등 연쇄효과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이 늘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고, 이는 곧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채권의 금리 상승 및 발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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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발행한도 규제 폐지와 고금리 재유치 경쟁의 여파로 은행채 순발행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기타금융채·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며 여신전문금융사·일반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하는 한편, 가계 등의 대출금리 역시 상승하는 등 연쇄효과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2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6조76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순발행 규모는 지난 9월 전체 순발행 규모(4조6800억원)를 상회하는 수치인 것임은 물론,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당국의 요청으로 채권 발행 규모를 차환 발행 수준으로 최소화한 바 있다. 올해 초 채권시장이 안정 단계에 접어든 이후에도 지난 7월까지는 5월을 제외하고 순상환 기조가 이어졌다. 지난 3월엔 순상환액이 7조4100억원으로 정점을 찍기도 했다.

당국이 은행채 발행한도를 크게 완화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벌어진 금융기관 간 수신 금리경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수신 경쟁이 과도해질 경우 대규모 자금 이동(머니무브)을 촉발할 수 있는 까닭이다. 당국에 따르면 수신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간 전 금융권의 수신증가액은 96조2504억원에 달했다.

통상 금융권 정기예금의 만기가 12개월임을 고려하면 지난해 고금리에 유치한 수신의 부담이 이번 분기부터 현실화하는 셈이다. 은행으로선 지난해와 같은 금리경쟁을 벌이지 않기 위해선 채권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이 정상화되면 수신 금리 운용에 여유가 생긴다"고 했다.

은행채 순발행액이 급증하면서 기타금융채(카드·캐피탈채), 회사채 등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은행채 발행이 늘며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고, 이는 곧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채권의 금리 상승 및 발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날 기준 여신금융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4.793%, 회사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4.812%로 전월 말 대비 16~17bp(1bp=0.01%)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타금융채의 경우 전월엔 2982억원 순발행됐으나, 이달 들어선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커지며 8240억원 순상환됐다. 회사채의 경우 순상환액이 1251억원에서 1조2975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금융기관 대출로, 여전사들은 단기자금조달 비중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대출금리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은행채 발행까지 늘자 은행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기준 은행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4.697%로 지난달 말(4.491%) 대비 0.20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등의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56~7.15%를 기록했다. 금리 상단이 7~8%에 달했던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과 은행이 탄력 운용을 예고했지만 올해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만 34조원가량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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