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만일 내일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메멘토 모리(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멀리,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발생할 일이다. 책은 그런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죽음에 관한 200가지 질문을 담고 있다. 유언장에 무엇을 쓸지, 장례식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 죽음을 한 달 미룰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기나긴 투병생활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추억되고 싶은지 등의 질문으로 ‘내가 원하는 인생의 마지막’을 진지하게 계획하도록 돕는다. 죽음에 관한 통계와 존엄사, 감염병, 로드킬, 동물실험, 테러, 전쟁, 간병 로봇 등에 관한 이야기도 전한다.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 책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일 갑자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두고두고 후회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면,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에게는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삶은 긴 여행이다.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매일 ‘오늘의 죽음’을 맞이하고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내일을 맞이한다. 당신의 후회 없는 오늘에 이 책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 p.10, 「작가의 말」 중에서
방금 당신의 생체정보 검사를 마친 의사에게 예상수명이 150세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소식을 듣게 된 당신은 기쁜가, 슬픈가? - p.28, 「당신이 150세까지 살 수 있다면?」 중에서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가장 공평한 유산이다. 당신이 80세까지 산다면 그중 3분의 1은 잠을 자는 데 쓸 것이고, 나머지 시간의 절반은 일하는 데 쓸 것이다. 그럼 남은 시간은 27년이다. 평균적으로 식사하는 데 7년, 길에서 보내는 데 5년, 무언가를 기다리는 데 3년, 화장실 가는 데 1년, 양치하는 데 177일을 쓴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 당신의 의지대로 살아온 시간은 얼마만큼인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처럼 당신의 삶을 집중해서 들여다본 시간은 얼마나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직접 만들어준 적은 몇 번이나 있는가? 누군가 시키지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해본 적은 얼마나 되는가? 그 시간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다. 당신이 눈을 감기 전, 가장 의미 있는 순간들을 하나로 합친다면 그 시간은 80년 중 몇 년, 몇 달, 며칠 혹은 몇 시간을 차지할까? - p.38, 「오롯이 내 의지대로 살아온 시간은 얼마만큼인가?」 중에서
노인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뉜다. 까다롭거나 평화롭거나. 당신은 어떤 모습일까? 당신이 행복하게 떠올리는 노년의 모습을 하나의 형용사나 동사로 표현해보라. 훌라후프를 하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다정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혹은 어떠한 순간에도 멋을 잃지 않는 노인이 되고 싶은가? 당신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p.57, 「어떤 노인이 되고 싶은가?」 중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교통사고가 당신에게도 일어났다. 그 자리에 쓰러졌고 의식은 몸을 빠져나갔다. 다리가 골절되고 피투성이가 된 몸을 내려다본다. 의식은 빠른 속도로 나선형의 터널을 통과한다. 터널 끝에는 세상을 먼저 떠난 어머니가 마중 나와 있다. 그녀 뒤로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황홀한 풍경과 따뜻한 빛이 쏟아진다. 어머니가 손을 내민다. ‘이제 고생 그만하고 이리 오렴’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당신은 죽어본 적이 없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이 손을 잡으면 정말 죽게 된다는 것을. 그 순간 들려오는 소리. “정신 좀 차려보세요!” 누군가 뺨을 강하게 친다. 의식의 터널 아래로 당신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구급대원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당신은 산다고 해도 평생 휠체어에 앉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머니의 손을 잡겠는가, 잡지 않겠는가? - p.100, 「불편한 육체로 살아갈 자신이 있는가?」 중에서
당신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당신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당신이 혼자 살다 죽었다면 결혼도 못 해보고 죽었으니 어쩌냐며, 결혼했다면 남겨진 배우자나 아이는 이제 어떻게 사냐며, 남들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 이 좋은 세상 다 누리지도 못하고 떠난다며, 노환으로 죽었다면 이 험한 세상에서 평생 고생만 하다 간다며 안타까워할 것이다. 당신은 이 중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지 않은가? - p.174, 「당신의 장례식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무엇인가?」 중에서
죽음은 도처에 있다. 벌초하러 간 성묫길에 벌에 쏘여 죽을 수도 있고, 샤워 후 물기가 남아 있던 바닥에 미끄러져 집 안에서 즉사할 수도 있다. 혹은 대낮의 거리 한복판에서 강풍에 떨어진 간판에 맞아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죽음은 갑작스럽다. 당신이 이런 사고로 당장 내일 세상을 떠난다면 무엇이 가장 아쉬울 것 같은가? 만약 죽음을 한 달 미룰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마치고 가고 싶은가? - p.206, 「죽음을 한 달 미룰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중에서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에 방금 도착한 당신. 지난 2년간 준비해온 프로젝트의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일 저녁, 준비한 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잘 마친다면 당신의 경력에는 물론, 회사에도 큰 이득을 가져다줄 중대한 프로젝트다. 마음을 추스르고 자려고 누웠는데 그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어머니의 목숨이 위중하다는 소식이다.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최악의 경우 곧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목소리의 떨림이 당신에게 전해져 온다. 당신은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가장 빠른 비행 편으로 돌아가겠는가, 아니면 내일 저녁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돌아가겠는가? - p.229, 「어머니의 임종 vs 중대한 프레젠테이션」 중에서
곧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병문안을 다녀오는 길. 당신의 손을 꼭 붙잡은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묻는다. “사람은 왜 죽어요? 나는 죽기 싫어요.” 당신은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잠깐 이별할 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슬퍼하지 말라고 하겠는가, 사람은 모두 죽기 때문에 한 번뿐인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겠는가? 혹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나중에 크면 말해주겠다고 설명을 유보하겠는가? 죽음에 대한 종교적, 이성적, 감성적, 회피적 접근 중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알려주겠는가? - p.247, 「아이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중에서
제때 공부를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은퇴를 하는 것. 사람들은 생애주기마다 부여된 역할을 제때 잘 수행해낼 때 서로에게 “잘 살고 있다”라고 주문을 걸듯이 말한다. 당신은 이런 생애주기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과 삶의 질이 실제로 얼마나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시기마다 부여되는 과업을 적절히 수행하는 삶을 살아왔는가? 죽기 전 삶을 돌아본다면 어느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클 것 같은가? 그 아쉬움은 과업에 너무 얽매였던 삶에 대한 후회일 것 같은가, 반대로 과업에 너무 소홀했던 삶에 대한 후회일 것 같은가? - p.279,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중에서
오늘의 죽음 Q&A | 홍지혜 지음 | 현대지성 | 312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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