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아들은 어디 있는가" 이스라엘 예비군들 성토

네타냐후 총리 아들 야이르, 동원령 불구하고
미국서 SNS 활동만…"조국 버렸다" 부글부글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기습한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총리의 장남이 미국에 계속 머물자 예비군 사이에서 "조국을 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전쟁 위협이 고조되면서 예비군 총동원령을 내린 후 항공기까지 증편하며 전 세계 예비군 자원을 모았다. 가자지구 지상전 계획을 앞둔 현재 현역 17만명, 예비군 36만명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 이전인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 방문한 야이르 네타냐후. [이미지출처=야이르 네타냐후 인스타그램 캡처]

그런데 예비군 복무 대상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 야이르 네타냐후(32)가 여전히 미국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야이르는 올해 초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개혁으로 이스라엘 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는 등 논란을 겪은 뒤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한 군인은 “내가 최전방에 있는 동안 야이르는 마이애미 비치에서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교전이 격화하는 이스라엘 북부 전선의 한 예비군도 "야이르가 참전하지 않은 것이 사병들 사이에서 불신과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국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일터와 가족과 아이들을 떠난 것은 (이러한 상황에) 책임 있는 이들이 아니라 우리”라면서 “우리의 형제와 아버지, 아들들은 모두 최전방으로 가고 있는데 야이르는 아직 여기 없다. 이는 이 나라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작전 최전선에서 음식을 배식 받는 예비군 대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마스와 대치하는 이스라엘 남부 전선으로 향하는 또 다른 예비군은 “나는 내 일과 삶,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며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야이르는) 그곳에서 내 조국과 우리나라 사람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 총리의 아들은 어디 있는가? 그는 왜 이스라엘에 없는가?”라고 비난했다.

야이르는 전투병으로 복무한 적은 없고, 이스라엘군 대변인실에서 일하며 군 의무 복무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SNS를 통해 전쟁 피해자와 12만명의 이스라엘 피란민 지원을 위한 비정부기구 활동을 전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동원령 선포 48시간 만에 30만명 소집을 완료했고, 이후 10일간 6만명을 추가 소집했다. 이를 두고 CNN은 “이스라엘 인구가 약 970만명에 불과한데도 미국 등과 비슷한 규모의 예비군 동원”이라며 “일부 예외가 있지만 18세 이상의 모든 이스라엘 국민은 예비군으로 복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비군 복무를 위해 고국으로 돌아온 이들 모두가 최전선으로 가는 것은 아니며, 상당수는 이스라엘군과 비정부기구 활동을 자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