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모험] 나는 몇 살까지 골프를 칠 수 있을까?
이은경 2023. 10. 25. 08:07
미국 대학의 연구팀이 다음 연구 주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바로 옆 연구실이 흥미로운 자료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십 년 전에 미국 어린이 수 천 명에 대해 조사해 놓은 자료였다. 연구팀은 그 자료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대장끼리 사이가 좋았을까? 옆 연구실은 흔쾌히 허락했다.
연구팀은 그 자료에 나오는 사람이 몇 살까지 살았는지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살아있다면 모두 팔순을 훨씬 넘을 나이였다. 그만큼 오래 전에 조사해 놓은 자료였다.
조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여기 저기 흩어져 살고 있어서였다. 아니면 제법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몇 년에 걸쳐 끈기 있게 추적을 했다.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서 그의 삶에 대해 들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아예 연이 닿지 않으면 각 지역 문서보관소를 설득해 사망사유 따위를 파악할 때도 있었다. 물론 살아있는 당사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수집한 자료를 밑천으로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책이다. 한국에도 번역본이 나왔다. 지금도 서점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는 무척 재미 있다. 뱁새 김용준 프로가 갖고 있던 편견을 깨뜨린 책이기도 하다.
뱁새 김 프로는 아침에 사과를 먹거나 빈 속에 냉수를 마시면 장수한다고 믿었다. 밝게 살아야 오래 산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과학적으로는 그런 것이 장수와 관련이 없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유의성이 없다’라고 표현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오래 사느냐고? 놀랍게도 책이 밝힌 것은 ‘신중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이 책이 ‘아침에 사과를 먹는 것이 몸에 해롭다’거나 ‘빈 속에 냉수를 마시나마나’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 절대 아니다. ‘밝게 살지 마라’는 내용도 아니고. 다만 ‘성격이 신중한 사람이 더 오래 살았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과학은 수학이다. “우리 할머니는 평생 담배를 피셨지만 아흔 살을 넘기셨다”거나 “우리 할아버지는 식사하실 때마다 술을 한 잔씩 드셨는데도 장수하셨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는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표본 개수가 너무 적어서 그렇다. 객관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최소한 스무 개 이상 표본을 얻어야 한다. 주변 사례 몇 개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은 것이다.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연구는 수 천 명이나 되는 사람의 일생을 조사했다. 그러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10대 초반일 때 성격이나 가정환경, 신체조건 따위를 자세하게 기록한 자료를 갖고 일생을 추적한 연구 아닌가!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책을 떠올리면서 뱁새는 ‘나는 몇 살까지 골프를 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직 이런 비슷한 연구는 전혀 없다. 적어도 뱁새가 아는 한 그렇다.
독자는 몇 살까지 골프를 치고 싶은가? 아니 독자는 몇 살까지 골프를 칠 수 있을 것 같은가?
미국의 한 노인은 아흔이 넘었는데도 1년에 300번 넘게 라운드를 한다고 한다. 에이지 슈팅도 수시로 하고. 에이지 슈팅(Age Shooting)이 ‘자신의 나이 보다 더 적은 타수로 18홀을 마치는 것’이라는 것은 독자도 다 알 것이다. 애독자라면 변형 에이지 슈팅(Modified Age Shooting)이 무엇인지도 알 것으로 믿는다.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진정한 애독자가 아니다. 다 함께 목표로 삼아보자고 뱁새가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한 것인데? 꼭 다시 찾아보기 바란다. 칼럼 게재 1주년을 기념해서 상품을 걸고 퀴즈라도 내면 그 때서야 서두르지 말고.
아차, 이야기가 딴 데로 샜다. 미국의 그 노인은 대학 스포츠 선수였다고 한다. 타고난 힘에 단련까지 했을 터이다. 운 좋게 부상도 입지 않았을 것이고. 그리고 은퇴한 뒤로도 매일 라운드를 할만큼 형편도 넉넉한 것이 틀림 없다.
독자는 팔십 살이 넘은 골퍼와는 라운드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칠순이 넘은 이와는 여러 차례 경험이 있다. 그 중 한 두 사람은 칠순이 넘었는데도 뱁새를 진땀 나게 하는 수준이었다. 아직도 승부를 즐기는 경지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여전한 장타였다. 노인인데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200m를 쉽게 넘었다. 말이 쉬워서 200m이지 성인 남성 평균을 웃도는 셈이다. 더 젊어서는 주위에 견줄 사람이 없는 장타자였다고 했다. 50살이 넘어서면 한 해가 다르게 비거리가 줄어든다는 골퍼가 많다. 오죽하면 ‘시니어가 되니 자고 일어나면 비거리가 1야드씩 준다’는 농담을 할까! 나이가 지긋한데도 여전히 짱짱한 그들은 라운드 중 골프 카트를 잘 타지 않았다. 웬만하면 골프 코스를 걸었다. 식당에서 자리에 앉거나 일어날 때도 ‘아이고 죽겠다!’ 같은 앓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리고 이른바 ‘꼰대스러움’도 덜했다.
뱁새가 경험한 장수 골퍼는 채 스무 명이 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부족한 표본 개수이다. 반대로 환갑도 못 되어서 골프채를 내려놓은 경우는 상당히 많이 보았다. 거의 대부분 부상 탓이었다. 허리나 팔꿈치 또는 어깨가 아파서 골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량이 도통 늘지 않아 도저히 어울릴 수가 없어서 그만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몇 살까지 골프를 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누군가 해 준다면 정말 고맙겠다. ‘뱁새 당신이 하지 그러느냐’고? 흠흠. 뱁새도 에이지 슈팅을 할 때까지 골프와 함께 하고 싶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부지기수로 말이다. 독자는 몇 살까지 골프와 함께 살고 싶은가?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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